[이뉴스투데이 백연식 기자]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를 앞둔 가운데,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의 기능이 마비되면서 구체적인 시행령 개정안 의결 공백에 따른 시장 혼선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김태규 방통위 부위원장이 면직 재가되면서 이진숙 방통위원장 1인 체제가 됐다. 현 체제가 유지될 경우 전체회의에서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 의결이 불가능한데, 입법 공백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단통법 대안 취지의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은 거주 지역·나이·신체적 조건에 따른 차별 금지 규정 내용을 담고있다. 이러자 계약서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 없이 단통법이 폐지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방통위는 단통법 폐지에 따른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고시 폐지 및 신설 등 후속 조치 마련에 나서고 있다. 다만, 해당 법안을 의결할 상임위원이 이 위원장 외에 아무도 없기 때문에 상임위원이 최소 1명 임명되지 않을 경우 전체회의에서 시행령 의결이 불가능하다. 현재 1인 체제인 방통위는 조직 개편 이슈까지 있어 당분간 상임위원 임명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시행령 근거 법률인 단통법이 폐지되기 때문에 기존 시행령도 자동 폐기된다는 것에 있다. 때문에 전기사업통신법으로 이관돼 유지되는 차별 금지 규정에 대한 시행령 개정이 불가피하지만, 관련 내용은 방통위 의결을 거치도록 방통위법(제12조)에 규정돼 있다. 이에 단통법 폐지 예정일인 오는 22일까지, 시행령을 의결할 전체회의를 열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단통법 폐지에 따라 가입 유형 및 요금제에 차별 금지 규정 및 지원금 공시 의무는 삭제됐다. 하지만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따르면 동일한 가입유형·요금제·단말기 조건에서 가입자 주소, 나이, 장애 등을 이유로 서로 다른 지원금을 지급하는 행위는 부당한 차별이기 때문에 금지된다. 대신 노인, 장애인 등 디지털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시적으로 지원금을 우대하는 경우는 예외적으로 부당한 차별로 보지 않는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지원금 차별 지급 금지 조항과 관련해 “부당하게 차별적인 지원금 지급의 유형 및 기준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시행령)으로 정한다”며 “이동통신사업자, 대리점 또는 판매점은 이동통신단말장치를 할부판매하는 경우 이용자가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할부기간과 추가적으로 청구되는 비용 등에 관해 명확하게 고지해야 한다. 계약을 체결할 때 지원금, 지원금 지급 조건,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계약서에 명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그동안 방통위는 거주 지역·나이·신체적 조건에 따른 차별 금지 규정은 유지하기로 하고 시행령에 관련 유형 및 기준을 마련했다. 지원금 공시가 폐지되는 점을 고려해 이용자에게 단말기 선택권을 보장하고 지원금 등 계약 정보를 명확히 제공하기 위한 이동통신단말장치 계약서 명시사항을 시행령에 구체화했다. △단말기·할부 정보 △지원금 지급 조건 △요금제 이용 조건 △부가서비스 이용 조건 △인터넷, 유료방송 등 결합 조건 △그 밖에 지원금 관련 결합 조건 등을 계약서에 명시하도록 한 것이다. 방통위가 준비한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은 이미 지난 4월 마련돼 공개됐다.
하지만 지원금 지급 조건 등 계약서에 담겨야 할 세부 사항이 시행령 공백으로 제대로 진행되지 못할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입법 공백 상태일 경우 소비자에게 불리한 계약서 작성 등의 혼란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즉, 시행령이 공백인 상태에서 단통법 폐지가 시행되면 요금제 이용 조건, 부가서비스 이용 조건 등을 누락하거나 소비자에게 불리한 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가 발생될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통사 고위 관계자는 “SK텔레콤 위약금 면제 이슈로 단통법 폐지 전에도 불법 보조금이 성행하는 등 시장이 혼탁해지고 있다”며 “단통법 폐지에 따른 가장 실무적인 법안인 시행령이 공백이라는 것은 시장 혼란을 더 유발할 수 있다. 시행령이 마련되기 전까지 단통법 폐지를 유예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시행령이 없을 경우 규제는 어떻게 하냐는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이용자 차별 행위 등은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상에도 다 규정돼 있어 큰 틀에서 계속 시장 모니터링은 가능하다”며 “다만 시행령 개정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단통법 폐지 초기에 어려움이 생길 수는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 출신인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시장과 국민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시행령 개정의 조속한 처리가 필요하다”며 “고가 단말기에 대해 고액지원금을 미끼로 고액요금제 상품으로 이용자를 유인하는 담합구조를 와해시키는 절충형(부분적)완전자급제가 도입되지 않는 한 결코 저렴한 단말기 구매 및 이동통신서비스 비용 인하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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