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법정에서 롯데 창업 2세 간의 분쟁이 다시 불붙었다.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최근 도쿄지방재판소에 신동빈 회장을 포함한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6인을 상대로 약 144억 엔(한화 약 1,36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로 인해 일본 롯데의 이사회 운영과 리더십 구조 전반에 균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이례적으로 이달 16∼17일까지 1박 2일 일정으로 하반기 롯데 VCM(Value Creation Meeting·구 사장단회의)'을 개최를 예고했다. 롯데는 내부 결속 강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일본 내 사법 리스크가 실질적인 지배구조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인식한 결과로 해석된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형제 갈등을 넘어 일본 상법과 기업지배구조 체계가 한국식 총수 리더십 모델과 충돌하는 구조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日 상법이 만든 '소송의 길'…이사 개별 책임 겨눠
신동주 전 부회장이 제기한 소송은 일본 상법 제847조부터 850조에 근거한 '주주대표소송(Shareholder Derivative Lawsuit)'이다. 일본에서는 일정 지분 이상을 보유한 주주가 회사 대신 이사나 감사 등 임원을 상대로 직접 손해배상 청구를 제기할 수 있다. 이 제도는 경영진의 위법 또는 부실행위로 인해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음에도 회사가 이를 제소하지 않을 경우, 주주가 이를 대신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구조다.
일본 상법상 요건에 따르면 6개월 이상 주식을 보유한 주주는 회사가 배상을 거부하거나 무시할 경우, 이사 개별 책임을 직접 묻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이 구조를 활용해 "신동빈 회장이 한국에서 받은 뇌물죄 유죄 판결로 인해 일본 롯데의 대외 신뢰가 손상됐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법적 책임이 이사 개인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소송은 향후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의 내적 균열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日 롯데홀딩스 이사회 11인 중 6인이 일본인
현재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는 총 11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 중 과반인 6명이 일본 국적 이사로 구성돼 있다. 신동빈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으나, 일본 측 은행·법조계 출신 비상근 이사들과 사외이사 비중이 커 의결권 향배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사례로는 오린파스 사건이 있다. 해당 사건은 일본 국내에서 발생한 회계 부정 사건으로, 이사들이 '사회적 신뢰 훼손'을 이유로 손해배상 책임을 진 대표적인 사례다. 일본 상법상 이사 개인의 법적 책임이 실질적으로 인정될 수 있음을 보여준 판례다. 이번 롯데홀딩스 주주대표소송도 이 구조를 따르고 있다는 점에서 비교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외 불안이 고조되는 가운데, 신동빈 회장은 오는 하반기 '2025 롯데 VCM(사장단 회의)'을 경기도 오산 롯데인재개발원에서 1박 2일 일정으로 개최한다. 기존 서울 잠실에서 반나절 일정으로 열리던 회의와 달리, 이번에는 장소와 형식 모두를 바꾸며 변화를 꾀했다. 계열사 대표 약 80명이 참석해 하반기 실적 점검은 물론, 전략 토론과 리스크 대응 시나리오까지 폭넓은 주제를 심층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가 VCM을 합숙 형태로 확대 개편한 배경에는,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그룹의 본업 경쟁력을 재정비하고 미래 전략을 보다 심도 있게 점검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신 회장은 지난 1월 상반기 VCM에서도 “지금이 변화를 이끌 마지막 기회임을 명심하고, 위기를 혁신의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외부 리스크가 커질수록 내부 통제와 ESG 경영, 리더십 신뢰 회복이 핵심 평가 기준이 된다"며 "신 회장이 일본 내 신뢰 타격에 대응해, 한국 내에서 리더십 방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본 법조계 관계자는 "일본 내에서 롯데의 위상이 그리 높지는 않아 한국에서 오히려 더 관심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지속적인 형제간 갈등이 주주와 이사들에게 법적 부담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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