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책이 수도권 전역에 적용되면서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된 경기 평택과 이천 등 수도권 외곽 부동산 시장이 엄청난 타격을 받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 집값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광범위한 규제 조치였다고 하지만, 실수요 중심의 외곽 시장까지 함께 규제 지역으로 묶이면서 그야말로 거래절벽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천시 부발읍 소재 '신한' 아파트 전용면적 59㎡는 이달 7일 1억7800만 원(14층)에 거래된 것으로 확인됐다. 불과 한 달 전 동일 면적의 매물이 1억9000만 원(12층)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1200만 원 가량 하락한 셈이다.
대월면의 '사동리현대아이파크' 59㎡ 역시 지난달 28일 1억600만 원(15층)에 거래돼 같은 달 먼저 팔린 1억2000만 원(5층)보다 1400만 원이나 낮게 매매됐다.
이에 이천 지역의 공인중개사는 "실거래 감소와 매수세 위축이 너무 심하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SK하이닉스 등 대기업 근로자들이 파견 근무 오면서 보통 전세로 거주하고 실거주 목적 매수는 드문 지역"이라며 "서울 투자자들이 전세 수익을 기대하고 외곽에 투자하는데 이번 대출 규제로 인해 찬물이 끼얹어졌다"라고 전했다.
지난 6월 27일 정부는 서울 및 수도권 전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선정하고 대대적인 대출 규제에 들어갔다. 핵심 내용은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최대 6억 원으로 제한하고 다주택자에게는 LTV(주택담보대출비율)를 0%로 적용해 신규 주택대출을 사실상 금지한 것이다.
이와 함께 이달부터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가 도입됐다. 기존 대비 스트레스 금리가 0.75%에서 1.5%로 인상되면서 사실상 대출 가능 금액이 대폭 축소되는 결과를 낳았다.
경기도 전체 미분양 주택 절반이 '평택, 이천'에 몰려
문제는 경기도 이천과 평택은 이미 주택 공급 과잉으로 미분양 문제가 심각한 지역이었다는 점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평택은 지난 3월부터, 이천은 지난해 8월부터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한 바 있다.
HUG에서는 미분양 세대 수가 1000가구 이상이면서 전체 주택재고 대비 미분양 비율이 2% 이상인 지역 중 미분양 증가세, 해소 저조, 해소 우려 중 하나라도 충족할 경우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된다.
2025년 5월 기준 평택의 미분양 주택은 4442가구, 이천은 1479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경기도 전체 미분양 주택의 절반에 가까운 48.7%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이렇게 심각한 미분양과 집값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이천과 평택은 같은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동일한 강도의 대출 규제를 적용받고 있는 상황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서울 집값을 잡겠다는 건 좋지만,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을 겪고 있는 외곽지역의 회복 가능성은 이제 더 낮아졌다"라며 "지역별 상황을 고려한 정밀한 규제 설계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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