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가 6,700억원 규모의 당진 LNG(액화천연가스) 터미널 2단계 확장 사업을 사실상 강행하면서 시민사회단체와 전문가들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이들은 “탄소중립 시대에 역행하는 무책임한 투자”라며 즉각적인 사업 중단을 요구했다.
8일 충남환경운동연합, 당진환경운동연합, 기후솔루션 등 시민단체는 서울 종로구 정부종합청사 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진 LNG 2단계 확장 사업은 이미 시대착오적이며, 향후 좌초자산으로 전락할 것이 뻔한데도 가스공사는 책임 있는 검토 없이 졸속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정진 당진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당진은 이미 연간 6천만톤이 넘는 온실가스를 배출해 전국 배출량의 8.7%를 차지하는 지역”이라며 “그런 지역에 대규모 화석연료 기반 시설을 더 짓겠다는 것은 탄소중립 목표를 스스로 훼손하는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잘못된 길임을 알면서도 ‘이미 계획된 사업’이라며 무책임하게 강행하는 게 과연 공기업의 태도인가”라고 꼬집었다.
유종준 충남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역시 “보령 LNG 터미널이 사업성 부족을 이유로 지난해 철회됐는데, 당진 LNG 확장은 가능하다는 논리는 납득할 수 없다”며 “석탄에서 LNG로, 다시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기에는 시간과 비용 모두 부족한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김서윤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불확실한 수요를 근거로 화석연료 인프라를 늘릴 것이 아니라, 기존 시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수요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공기업 예산이 좌초자산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한국가스공사가 책임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 후 국정기획위원회에 정책제안서를 전달하며 △낙찰자 선정 절차 중단 △수요 기반 재검토 △화석연료 고착 중단과 재생에너지 전환 기여를 촉구했다.
그러나 가스공사는 지난달 26일 시공사 입찰 심사 결과를 발표하며 사업 강행 방침을 재확인했다. 최종 낙찰자 선정은 다음달까지로 예정돼 있으며, 이후 계약이 체결되면 중단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가스공사 측은 “2021년 수립된 제14차 천연가스 수급계획에 따른 것”이라는 형식적인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사회는 이 같은 설명이 무책임하다고 지적한다. 국회 자료에 따르면 당진 LNG 터미널은 총 3단계로 오는 2061년까지 LNG를 사용하는 구조인데다, 현재 전국 LNG 터미널의 평균 이용률이 33%에 불과해 이미 과잉투자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가스공사가 강조하는 ‘민간 임대’ 역시 대부분 10~20년 내 종료될 예정이어서 장기적 사업성은 담보되지 않는 상황이다.
게다가 가스공사는 해당 사업의 타당성 조사조차 거치지 않은 채, 2022년 이사회에서 탄소중립 목표나 수요 전망에 대한 논의 없이 계획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수요 기반으로 계획을 세우는 기후정책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충남 지역은 이재명 정부의 ‘2030년 에너지 고속도로’ 계획에 따라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 중심으로 전환이 추진되는 핵심지다. 그럼에도 가스공사가 거꾸로 가는 행보를 보이며 한정된 재정을 화석연료 확장에 쏟아붓는 것은 정부 정책 신호에도 반하는 결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뉴스로드] 박혜림 기자 newsroad01@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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