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N 현장] HVAC로 성장 전략 제시…2030년 20조 매출 목표

8일 LG전자 ‘HVAC 솔루션 미디어데이’가 열린 마곡 LG사이언스파크 전경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최주원 기자】 LG전자가 급성장하는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냉난방공조(HVAC) 사업을 핵심 동력으로 삼고 시장보다 두 배 빠른 성장을 이루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LG전자는 8일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HVAC 솔루션 미디어데이’를 열고 ES사업본부의 사업 전략 방향과 AI 데이터센터향 HVAC 솔루션 등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LG전자 이재성 ES사업본부장, 오세기 ES연구소장, 배정현 SAC사업부장 등이 참석했다.

LG전자는 AI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에 발맞춘 액체냉각 솔루션을 앞세워 사업 외연을 넓히고 비하드웨어 영역 확장을 통해 질적 성장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재성 본부장은 “AI 데이터센터 냉각 시장은 폭발적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라며 “연내 액체냉각 솔루션을 상용화하고 내년부터 본격 공급해 시장을 선점하겠다”고 말했다.

핵심 기술은 ‘냉각수 분배 장치’(CDU, Coolant Distribution Unit)다. 칩을 직접 냉각시키는 방식으로 전력 소비량이 높고 발열이 심한 AI 데이터센터에 최적화됐다. 이 본부장은 “현재 엔비디아 인증 절차를 협의 중”이라며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들과 기술 협력도 추진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를 통해 데이터센터향 냉각 솔루션 수주를 지난해 대비 3배 이상 확대하고 시장 평균보다 2배 빠른 성장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초대형 냉방기 칠러 부문에서도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간다. 데이터센터는 물론 클린룸, 발전소, 스마트팜 등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분야에 칠러를 공급하며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인버터 스크롤 칠러는 미국 배터리 공장과 국내 화학플랜트에 공급돼 올해 5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환경 규제 강화에 대응해 지구온난화지수(GWP)가 낮은 R32 냉매를 적용한 칠러도 출시했다. 기존 냉매 대비 GWP가 30% 수준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췄다.

LG전자 AI 데이터센터 액체 냉각 솔루션인 ‘냉각수 분배 장치’(CDU, Coolant Distribution Unit)의 모습 [사진=LG전자]

LG전자는 연구개발부터 생산, 판매, 유지보수까지 아우르는 현지 완결형 밸류체인을 세계 주요 시장에 하고 있다. 북미에는 유니터리 제품군을, 유럽에는 공기열원 히트펌프를 중심으로 공급 중이며, 인도에도 HVAC 전담조직을 신설해 현지 맞춤형 제품 개발에 나선다.

중국 HVAC 경쟁사들에 대해 이 본부장은 “중국 기업들의 원가 경쟁력과 기술 수준이 상당하다”고 평가했다. 배정현 SAC사업부장은 “중국 기업들이 아직 약한 현지 완결형 사업 구조로 격차를 더 벌리겠다”고 강조했다.

LG전자는 전체 ES사업본부 매출의 10% 수준인 비하드웨어 매출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AI 기반 에너지 제어 플랫폼 '비컨(BECON)'을 앞세운다. 실시간 에너지 분석으로 건물 내 온도와 전력 사용량을 정밀 제어하고 자동화된 시스템 운영을 통해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한다.

이 본부장은 HVAC 제품의 판매와 유지보수를 연계한 구독 형태 사업 확장 의지도 내비쳤다. 그는 “칠러는 가격이 비싸 고장 전 미리 유지보수를 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며 “고객사와 계약할 때 미리 유지보수를 포함한 구독 형태로 사업이 활성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를 위한 인수합병(M&A)도 추진 중이다. LG전자는 최근 유럽 프리미엄 온수 솔루션 기업 OSO사의 지분 100%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며 향후에도 ‘Build-Borrow-Buy’ 전략에 따라 인접 분야 인수 기회를 지속 모색할 계획이다.

LG전자는 2030년까지 HVAC 사업에서 20조원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설정해 놓은 상태다.

한편, 이번 간담회에서는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 실제 적용된 LG전자 HVAC 시스템도 언론에 처음 공개됐다. 데이터센터에 사용되는 터보·흡수식·스크류 칠러가 공존하는 이 현장은 B2B 고객사에 LG의 기술력을 입증하는 핵심 견학 코스로 활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