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손성은 기자] 7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이 유력하다. 새롭게 출범한 정부와 함께 민생 회복과 경기 부양을 위해 호흡을 맞춰야 하지만 가계부채에 발목이 잡혔다. 한은은 정부의 대출 규제 효과를 살핀 뒤 8월 또는 10월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전망이다.
오는 10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동결이 예상된다. 저성장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정부와의 정책 공조가 시급하지만, 부동산과 가계부채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가계부채 급등은 한은의 시선을 ‘경기 회복’에서 ‘금융 안정’으로 이동하게 만들었다.
시장은 7월 동결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가 채권전문가 100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93%가 7월 동결을 예상했다. 직전 조사보다 동결을 예상하는 응답자 비중이 31%포인트 늘었다.
시장의 동결 전망 배경으로는 가계대출이 꼽힌다. 최근 금융권 가계대출은 급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5월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6조원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아직 당국 공식 집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6월에도 증가세가 이어졌다. 6월 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보다 6조7536억원 늘었다.
서울 부동산 가격이 가계대출을 밀어 올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다섯째 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40% 상승해 22주 연속 올랐다.
정부는 가계대출 억제에 나섰다. 지난달 27일 수도권과 규제지역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한도 축소와 다주택자 대출 취급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정부가 가계대출 증가 억제에 나선 가운데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기는 쉽지 않다.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 시행 직후 열리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내리면 시장에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기준금리 인하는 집값과 가계부채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다고 해서 금리를 현 수준에서 계속 유지할 수는 없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0.8%로 대폭 낮췄다. 최근 30년간 한국경제 성장률이 1% 미만이었던 적은 1998년(-4.9%), 2009년(0.8%), 2020년(-0.7%) 세해뿐이다.
금리 인하 시점으로는 8월이 예상된다. 대출 규제 효과는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 한은은 이달 가계부채 추이를 살피고, 내달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미국의 상호관세 정책과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통화정책 방향에 따라 10월로 미뤄질 수도 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정책 당국의 최우선 과제는 부동산 안정으로 이동했기 때문에 7월 금통위는 매파적 동결을 전망한다”며 “다만 8월부터는 높아진 관세, 연준 9월 인하 가능성, 정부 부동산 정책 효과 확인 등으로 다시 경기 부양이 최우선 목표로 선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확장적 재정정책을 통한 경기 회복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가계부채 안정 외 경기 회복에도 초점을 맞춰야 한다. 경기 회복을 위한 정부와 당국의 정책 공조는 부동산 상승과 가계부채 급증의 순환 고리가 끊어질 때 가능하다. 한은의 신중한 통화정책 결정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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