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한동안 저가 수주 경쟁에서 중국에 밀리며 정체기를 겪은 한국 조선산업은 단순한 선박 제조업을 넘어 방위산업, 친환경 기술, 글로벌 해양경제의 중심축으로 거듭나고 있다. 최근 들어 기술력 중심의 고부가가치 전략과 안보 협력 확대를 통해 글로벌 무대에서 반등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기존 조선산업은 선박을 설계하고 건조하는 데 집중되어 있었다. 그러나 202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환경 규제 강화, 미·중 전략 경쟁, 에너지 전환 등의 흐름이 겹치면서 ‘플랫폼형 산업 구조’로의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 조선업계는 단순히 배를 만드는 것을 넘어, 친환경 연료 시스템, 자율운항 기술, 방산 기술, 그리고 글로벌 유지보수(MRO)에 이르기까지 생태계를 확대하고 있다. 이는 조선업이 더 이상 단일 산업이 아니라, 기술·에너지·안보를 모두 아우르는 융복합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 한화오션, 미래 구축함 공개…‘방위산업 조선’의 포문 열다
지난 6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MADEX 2025’ 국제해양방위산업전에서 한화오션은 8,200톤급 차세대 구축함(KDDX-II)과 수출형 호위함의 설계 콘셉트를 최초로 공개했다. 해당 함정은 스텔스 설계 기반에 무인 전투 시스템 탑재가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한국이 방산형 조선 시장에 본격 진입했음을 알렸다.
한화오션은 2024년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이후 방산·센서·추진 시스템을 모두 통합한 ‘토털 해양전력 플랫폼’을 전략적으로 육성해왔다. 전문가들은 “민간 조선과 군함 제조가 기술적으로 분리되어 있던 한국 조선업계에 구조적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며 주목하고 있다.
■ 한국-인도, 전략적 조선 협력…‘脫중국 해상 공급망’ 구축
7일, 한국과 인도는 조선·방산 산업 협력을 위한 전략적 MOU를 체결했다. 양국은 한국의 고도화된 선박 설계 역량과 인도의 대규모 생산역량, 항만 인프라를 결합해 탈중국 공급망을 구축하고 공동 수주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특히 HD현대중공업은 인도 국영 코친조선소와 기술 제휴를 체결하고, 해군 선박 및 친환경 상선 공동 건조를 위한 합작 법인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인도 측도 “한국의 엔지니어링과 자동화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이번 협력을 환영하고 있다.
■ 삼성중공업, FLNG 예비계약 성사…친환경 선박 경쟁력 입증
삼성중공업은 7월 초, 아프리카 선주사와 부유식 LNG 생산설비(FLNG) 예비계약을 체결하며 약 6,350만 달러 규모의 수주를 확보했다. FLNG는 친환경 에너지 전환의 핵심 기술 중 하나로, 해상에서 LNG를 직접 생산·저장·하역할 수 있는 고난도 설비다.
이로써 삼성중공업의 2025년 누적 수주액은 33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LNG·암모니아·메탄올 등 친환경 연료 기반 선박 수주 비중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 조선 강국에서 해양 기술 플랫폼으로
하지만, 전망이 밝다고만 보기는 어렵다. 여전히 중국 조선소의 저가 공세는 위협적이며, 고급 인력 확보와 기술 내재화도 지속적인 과제다. 조선소 현장의 인력은 고령화되고 있으며, 용접·배관 등 필수 기술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또한, 유럽과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가 점점 강화되면서 친환경 설계 기준 충족과 원가 상승의 이중 부담도 한국 조선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한국 조선업은 이제 ‘조선 강국’이라는 과거 명성을 넘어, 디지털+친환경+안보 기술을 융합한 플랫폼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2025년 하반기 이후에는 미국 내 군함 MRO 계약 확대, 인도·동남아 지역 선주사 수주 증대, 고부가 선박 수출 증가 등으로 수익성과 글로벌 입지 강화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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