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중고 패션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무신사는 전문 검수 기반의 B2C 위탁 판매 방식을 앞세워 차별화를 노린다. 다만 검수·물류·위탁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가 비용과 거래 속도 저하는 가격 경쟁력에서 약점이 될 수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의 중고 패션 거래 서비스 ‘무신사 유즈드(MUSINSA USED)’는 오는 7월 말에서 8월 중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중고 거래는 이미 일상적인 소비 문화로 자리 잡은 시장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4월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국 20~50대 소비자 1000명 중 75.3%가 중고 거래에 대해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국내에서도 중고 패션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중고 플랫폼을 통해 가장 많이 거래하는 품목은 잡화(45.9%)였으며, 의류(35.4%)가 그 뒤를 이었다. 무신사가 지난 4월 자체 조사한 결과에서도 회원 1360명 중 최근 6개월 내 중고 패션 구매·판매 경험이 각각 64.4%, 65.5%에 달했다.
무신사는 1500만 회원,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약 600만명의 플랫폼 경쟁력을 기반으로 빠른 시장 안착을 노리고 있다. 이를 위해 과거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 ‘도떼기마켓’에서 서비스를 기획한 경력자를 사업 책임자로 영입하고, 관련 조직도 꾸렸다.
서비스는 기존 무신사 앱 내에서 신상품과 중고 상품을 함께 거래할 수 있도록 구축될 예정이다. 판매자가 ‘수거백’에 상품을 담아 내놓으면, 외부 배송 협력사가 물품을 수거하고 무신사가 검수를 거쳐 대신 판매하는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방식이다.
무신사가 별도 앱을 출시하지 않고 기존 앱 내에서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은, 이미 시장에 유사 서비스를 제공 중인 경쟁사들을 의식한 행보로 해석된다. 판매자 물품을 수거해 대행 판매하는 방식은 이미 차란, 리클 등 일부 중고 패션 플랫폼이 채택하고 있는 모델이기 때문이다.
거래 가능한 브랜드를 약 1만5000개까지 확대해 고객을 유인을 늘리는 전략도 나름의 승부수다. 이는 일부 플랫폼이 자사 브랜드나 명품 위주로 제품을 제한하는 것과 달리, 다양한 상품을 통해 앱 유입을 확대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신뢰성 높겠지만…배송 및 검수 등 부가비용 변수
중고 패션 시장에는 번개장터, 당근마켓 등 C2C(개인 간 거래) 기반 플랫폼 또한 경쟁자로 자리 잡고 있다. 번개장터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거래액 2조원 가운데 1조원이 패션 부문에서 발생했다. 번개장터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약 680만명으로, 무신사와 비슷하다. 생활 밀착형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도 많은 수의 이용자를 보유 중이다.
무신사의 B2C 위탁 판매 방식은 가격 경쟁력과 거래 속도에서 과제를 안고 있다. 번개장터나 당근마켓처럼 개인 간 거래(C2C)가 중심인 플랫폼은 수수료가 없지만, 무신사는 검수·물류·위탁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가 비용이 수수료나 판매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판매까지 걸리는 시간도 직거래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로 인해 이용자 이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B2C 방식이 반드시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판매자가 포장·배송·구매자 응대 등 번거로운 절차를 모두 무신사에 맡길 수 있어, 일정 수준의 비용은 감수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거래의 ‘편리함’이 비용 부담을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신사는 전문 검수팀을 보유한 점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C2C 거래 앱은 판매자마다 가격이 들쭉날쭉하지만, 무신사는 자체 기준에 따라 일관된 가격을 제시한다. 가격 안정성과 상품 신뢰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C2C 중고 거래 앱과는 구별된다.
결국 무신사가 넘어야 할 관건은 ‘가격’이다. 소비자들이 중고 거래에서 가장 기대하는 것은 가성비지만, 무신사의 구조상 검수·보관·배송 등 부가 비용은 피할 수 없다. 소비자 기대 가격과 회사 수익 사이의 간극을 얼마나 좁힐 수 있을지가 무신사의 성공을 가를 핵심 변수다.
무신사 관계자는 “패션 시장은 고객 취향과 트렌드 변화가 빠르기 때문에 다양한 수요가 존재하며, 무신사 회원들도 중고 거래 서비스 도입을 오래전부터 요청해왔다”며 “10여 년간 축적한 무신사 회원들의 구매 경험과 브랜드 선호 데이터를 바탕으로 신뢰할 수 있는 거래 환경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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