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컬이슈] ‘밤낚시’와 손석구, 창작의 무게를 바꾼 10분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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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컬이슈] ‘밤낚시’와 손석구, 창작의 무게를 바꾼 10분의 반란

뉴스컬처 2025-07-08 08:54:1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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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10분짜리 단편 영화가 세계 광고제에서 최고 영예를 안았다.

창립 1년 차의 신생 영화사, 배우 손석구가 만든 ‘스태넘’의 창립작 영화 ‘밤낚시’가 지난 6월, 프랑스에서 열린 '칸 라이언즈(Cannes Lions)'에서 엔터테인먼트 부문 그랑프리와 실버를 동시에 수상했다. 칸 영화제가 영화인의 꿈이라면, 칸 라이언즈는 전 세계 콘텐츠·광고 산업의 상징이다. 그 수상 결과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다. 산업의 방향성과 창작 트렌드를 가늠하는 좌표다.

‘밤낚시’는 상영시간 10분 남짓의 SF 단편이다. 주인공은 자동차 안에서 무언가를 기다린다. 화면은 내내 차량 내부에서만 진행되고, 관객은 오로지 ‘자동차의 시선’으로 이 이야기를 바라본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섬뜩한 진실이 드러난다. 짧고 강렬하며, 상상력을 자극하는 방식. 이 낯설고 실험적인 영화는 광고와 영화, 콘텐츠와 예술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허문다.

'밤낚시' 포스터. 사진=스태넘
'밤낚시' 포스터. 사진=스태넘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이 실험을 시도한 주체다. 손석구는 단지 출연자에 머무르지 않았다. 영화사 ‘스태넘’을 설립하고 직접 제작자로 나섰다. 손석구는 “시나리오의 날 것 같은 현실성과 감정선에 이끌려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했지만, 단순한 출연 이상의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밤낚시’는 그가 만들어낸 영화 시스템의 첫 결과물이다.

작품은 올해 초부터 세계 유수의 영화제와 광고제를 휩쓸었다. 판타지아 국제 영화제 최고 편집상, 스파이크스 아시아 그랑프리, 클리오 어워즈 그랜드 위너, 애드페스트 금상 등 20관왕. 그리고 마침내 칸 라이언즈에서 정점을 찍었다. 상업성과 예술성, 글로벌성과 실험성이라는 상충될 수 있는 가치들이 이 짧은 영화 안에서 놀라운 균형을 이룬 셈이다.

또 하나의 주목할 지점은 감독 문병곤이다. 그는 2013년 단편 영화 ‘세이프’로 칸 국제영화제 단편 황금종려상을 받은 인물이다. 이제 그는 같은 칸에서, 영화가 아닌 광고제에서 또 한 번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이는 단지 이력서 한 줄이 아니라, ‘창작의 경계를 무너뜨린 첫 한국 감독’이라는 새로운 의미다.

‘밤낚시’의 수상은 결국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콘텐츠는 어디에서 시작하고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넷플릭스, 유튜브, OTT 플랫폼, 그리고 스낵 콘텐츠 시대. 길이는 줄어들고 몰입은 깊어지고 있다. ‘밤낚시’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가장 극단적인 예시다. 짧은 러닝타임 안에 장르적 상상력, 서사적 반전, 미장센의 미묘한 감정선까지 모두 담아낸 결과물. 이것이 영화인가, 광고인가, 아니면 또 다른 무엇인가.

손석구는 단순히 연기자에서 ‘콘텐츠 설계자’로 이동 중이다. 그가 이끄는 스태넘은 이제 차기작 ‘베드포드 파크’라는 한미 합작 장편 영화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베드포드 파크'는 한국계 미국인 여성 오드리(최희서 분)와 전직 레슬링 선수 일라이(손석구 분)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약 2년간의 준비 끝에 지난 5월 미국 뉴저지에서 올로케이션 촬영을 마쳤다. 현재는 후반 작업 중이다. ‘밤낚시’가 문을 열었다면, 이제 손석구는 그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 한다.

칸은 손석구에게 트로피를 넘겼다. 그리고 창작자들에게는 새로운 메시지를 전했다. 무게감은 시간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밀도에서 비롯된다는 것. ‘밤낚시’는 그 증명이자 선언이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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