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패권 전쟁이 심화하며 글로벌 혁신기업 육성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국내 산업 혁신 동력을 책임지는 중견·중소·스타트업·벤처기업은 한국 산업의 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한 중요한 요소다. 불확실성이 팽배한 글로벌 경제 환경 속에서 국내 산업 혁신 지표를 형성하고 경제 역동성 엔진 역할을 하는 국내 기업들의 성장 과정과 리스크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한스경제=김종효 기자] 인공지능(AI) 기술은 전세계 산업 지형을 재편하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텍스트, 이미지, 영상 등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처리하는 멀티모달 AI는 차세대 기술 혁신 선두 주자로 각광받고 있다. 이런 격변의 흐름 속에서 트웰브랩스는 '영상 이해'라는 특정 분야에 집중하며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해왔다.
트웰브랩스는 세계적인 시장조사기업 CB인사이트가 매년 선정하는 '글로벌 100대 AI 스타트업'에 4년 연속 이름을 올렸다. 뛰어난 기술력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혁신성과 선도적 위치를 확고히 인정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AI 기업이 대규모 언어 모델(LLM) 개발에 집중하는 동안 트웰브랩스는 창립 초기부터 영상 이해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 매진하며 경쟁이 덜한 영역을 선제적으로 공략했다. 이런 전략적 선택은 해당 분야에서 깊이 있는 전문성을 축적하고 경쟁사 대비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트웰브랩스는 글로벌 AI 생태계의 핵심 플레이어로 부상하며 시장의 퍼스트 무버(초기 혁신가)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트웰브랩스는 2021년 한국인 창업자들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설립한 기업이다. 이재성 대표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갔으나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강한 교육을 받고 군 입대를 택하며 인생 전환점을 맞았다. 군 복무 시절 이 대표는 공동 창업자인 김성준 개발총괄이사와 이승준 기술총괄이사를 만났다. 이들 3명은 모두 AI 연구원이나 석박사 과정을 고려하던 중 창업의 불씨를 지폈다. 특히 이 대표가 창업 아이디어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며 '공부보다 창업을 택한 병사들'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당시 AI 산업의 주류가 언어 기반 모델에 집중돼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트웰브랩스 창업자들은 인간의 인식 구조처럼 시각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맥락을 이해하는 AI가 미래를 바꿀 것이라고 확신했다. 전 세계 데이터 80%가 영상 형태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영상 이해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선제적인 통찰력은 트웰브랩스가 당시로서는 미개척 분야였던 영상 이해 AI 시장에서 '퍼스트 펭귄'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결정적인 동력이 됐다. 창업 초기에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카페를 전전하며 영상 AI 기술 개발에 매진하는 등 강한 의지와 실행력을 보였다. 기술적 우위를 넘어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선도하는 기업가 정신의 발현으로 평가된다.
트웰브랩스의 조직 문화는 '호기심'과 '진심'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요약된다. 기존에 없던 기술을 만드는 과정에서 정해지지 않은 틀 속에서 팀이 함께 확신을 갖고 움직여야 하기에 구성원 대부분이 새로운 것을 알아가고 만들어가는 데서 재미를 느낀다. 영상 이해 분야에 진심인 사람들이 모여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각자 최선을 다하고 서로 진심을 다해 돕는 협력적인 분위기가 특징이다.
이에 발맞춰 트웰브랩스가 추구하는 인재상 역시 지적 호기심이 많고 영상 AI라는 새로운 기술을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공부하는 사람이다. 실패와 피드백을 두려워하지 않는 끈기와 겸손함을 갖추고 끊임없는 학습을 통해 팀의 역량을 함께 높여가는 자세를 가진 사람을 선호한다.
트웰브랩스 핵심 기술은 영상을 이해하는 하나의 LLM을 기반으로 영상 관련 모든 작업의 자동화를 추구하는 데 있다. 특히 자연어처리(NLP)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트랜스포머 아키텍처를 이미지와 영상 데이터에도 성공적으로 적용한 '비전 트랜스포머(ViT)' 기술을 활용한다. 대용량 데이터를 학습해 이미지와 영상을 효과적으로 이해하도록 만든 트웰브랩스만의 차별점이다.
트웰브랩스는 멀티모달 AI 모델인 '마렝고(Marengo)'와 '페가수스(Pegasus)'를 개발해 제공한다. 이들 모델은 방대한 영상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처리해 영상 콘텐츠 검색, 분석 및 인사이트 생성 능력을 제공한다.
특히 영상 내 객체, 행동, 배경 음향 등 다양한 요소를 자연어로 검색하고 이해할 수 있어 기존에 활용하기 어려웠던 영상 데이터 가치를 극대화한다. 페가수스 모델은 영상을 글로 요약하고 주요 장면을 하이라이트로 만들어주는 기능을 제공하며 '페가수스 1.2' 모델은 화면-음성 동시 분석 능력이 강화돼 짧은 영상부터 1시간짜리 장편 영상까지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다.
트웰브랩스 기술의 차별점은 영상 '이해'에 대한 깊은 전문성에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영상 '생성' 또는 범용적인 '분석'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트웰브랩스는 '영상 이해 초거대 인공지능'이라는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 집중해 영상 콘텐츠의 맥락과 의미를 깊이 있게 파악하는 데 독보적인 강점을 가진다.
구글의 비디오 AI는 2만개 이상 객체, 장소, 동작을 인식하고 다양한 메타데이터를 추출하며 AutoML을 통해 커스텀 라벨 생성을 지원한다. 메타 AI는 텍스트 기반 영상 생성, 영상통화 배경화면, 편집 기능 등에 강점을 보이며 오픈AI의 소라(Sora)는 텍스트 프롬프트 기반의 고품질 영상 생성에 특화돼 있다.
트웰브랩스의 이런 전문화는 트웰브랩스가 범용 AI 시장의 거대 기업들과 직접적인 경쟁을 피하면서도 방대한 영상 데이터에서 의미 있는 정보를 추출해야 하는 미디어, 보안, 스포츠 등 특정 산업의 니즈를 정확히 충족시킬 수 있게 한다. 이는 트웰브랩스가 고객의 핵심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며 강력한 시장 포지셔닝을 가능하게 한다.
트웰브랩스는 AI 기술 지식이 없는 고객도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API 형태 플랫폼을 제공한다. 이는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완전 관리형 AI 서비스 '아마존 베드록'에 자사 멀티모달 AI 모델 '마렝고'와 '페가수스'를 제공하며 글로벌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선 핵심 경쟁력이다.
국내 기반 영상 AI 모델이 '베드록'에 들어간 것은 트웰브랩스가 처음이며 아마존 내부 모델인 '노바'를 제외하면 트웰브랩스는 베드록 내 유일한 영상 이해 AI 제공사로 자리하게 됐다. 트웰브랩스의 기술력이 글로벌 클라우드 인프라의 표준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베드록을 통해 전 세계 수많은 AWS 고객이 인프라 관리 없이 트웰브랩스 모델을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트웰브랩스 기술 채택률과 시장 확장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파트너십을 넘어 글로벌 AI 생태계 핵심 구성 요소로 자리매김하는 중요한 이정표다.
AI 업계 관계자는 “트웰브랩스가 이뤄온 성과는 미개척 분야를 알아본 창업자들의 안목과 두려움 없이 도전한 인재들이 만들어낸 것”이라며 “영상 AI 분야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한 가운데서도 끊임 없이 새로운 기술 개발에 도전하는 트웰브랩스의 행보는 글로벌 100대 스타트업이라는 위상에 걸맞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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