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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인슐린펌프 전문기업 수일개발이 프랑스의 인공지능(AI) 당뇨 치료 기업 다이아벨루프(Diabeloop)와 공동 개발한 자동 인슐린 전달 시스템(AID)을 기반으로, 유럽 최대 의료기기 유통사 메디큐(Mediq)와 4년간 300억 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수일개발은 7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서울에서 열린 비전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발표했다. 회사에 따르면 첫 출하 물량은 지난 6월 독일에 공급됐으며, 이후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프랑스, 영국 등 유럽 주요국으로 유통을 확대할 예정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는 국산 기술력
이번 계약은 급성장하는 글로벌 인슐린펌프 시장에서 한국 기술이 인정받은 사례로 평가된다. 전 세계 인슐린펌프 시장 규모는 2023년 52억 6천만 달러였으며, 2024년 60억 8천만 달러를 거쳐 2032년에는 216억 5천만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Fortune Business Insights) 이런 전망 속에서 한국 기업의 유럽 진출은 더욱 의미가 크다.
수일개발은 1979년 세계 최초로 인슐린펌프를 상용화한 기업으로, 현재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영국, 룩셈부르크 등 유럽 주요국을 포함해 세계 66개국에 인슐린펌프를 수출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AI 기반 자동 인슐린 전달 시스템의 혁신
이 같은 기술 경쟁력은 수일개발의 AID 시스템에서도 드러난다. 이번 계약의 핵심인 AID 시스템은 연속혈당측정기(CGM)와 자동 인슐린펌프를 AI 알고리즘으로 연결해, 환자의 혈당 수치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자동으로 인슐린 투여량을 조절하는 차세대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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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큐 관계자는 이번 간담회에서 "AI가 CGM과 인슐린펌프 사이에서 두뇌 역할을 하며 혈당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인슐린 투여를 조절한다"고 설명했다. 수일개발 부사장은 "수면 중 저혈당과 같은 위기 상황을 사전에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시스템은 스마트폰 앱과 연동돼 환자 상태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으며, 의료진 개입 없이 자동으로 투여량을 조절한다. 수일개발은 이러한 기술이 향후 인공췌장 기술 발전의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글로벌 경쟁 구도 속 한국 기업의 도전
현재 글로벌 인슐린펌프 시장은 글로벌 의료기기 매출 1위 기업인 메드트로닉이 주도하고 있다. 메드트로닉은 미국 FDA 승인을 받은 'MiniMed 770G' 등 차세대 인슐린펌프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웨어러블 인슐린펌프를 개발한 이오플로우가 '이오패치'를 앞세워 경쟁 중이다.
이런 치열한 경쟁 구도 속에서 수일개발의 이번 유럽 진출은 AI 기반 차별화 기술과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한 전략적 접근이 결실을 본 사례로 평가된다.
다만, 실효성과 안전성이 임상시험을 통해 충분히 입증됐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 근거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수일개발 측은 "다이아벨루프의 알고리즘이 유럽에서 임상을 통해 검증됐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논문이나 시험 결과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특히 이번 계약에 사용된 AID 시스템이 실제 임상에서 검증된 기술과 동일한지는 확인이 필요하다.
수일개발은 현재 유럽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으며, 펌프에 연결되는 주입 세트는 약 2년 8개월의 인증 과정을 거쳐 유럽 CE 인증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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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기 수출 새 전기 마련
이번 계약은 AI 기반 의료기기의 글로벌 진출 가능성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한국 기업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유럽이라는 까다로운 시장에서 대규모 계약을 성사한 것은 국내 의료기기 산업의 경쟁력을 입증하는 성과다.
향후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기술적 완성도와 함께 보험급여 체계와의 연계, 임상 데이터의 지속적 축적이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또한 글로벌 경쟁사들과의 기술 격차를 줄이고 차별화된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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