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외압 의혹 '키맨'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 소환…대통령실 관여 조사
'임성근 구명로비 의혹' 규명도 속도…김여사와 친분 이종호도 소환 저울질
(서울=연합뉴스) 김철선 권지현 기자 = 해병대 채상병 사건 수사방해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순직해병특검팀이 수사 초반부터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정면으로 겨냥하는 모양새다.
2023년 7월 19일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고(故) 채수근 상병의 안타까운 사고가 이후 수사외압, 사단장 구명로비 등 복잡한 의혹에 휩싸이게 된 배후에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있는지 확인하고자 당시 지휘선상에 있던 관련자들의 대면 조사에 착수한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의 내란·외환 혐의에 집중하는 내란특검, 김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김건희특검에 이어 순직해병특검 수사도 정점인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를 향해 한 걸음씩 다가서는 모습이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순직해병특검은 'VIP 격노설' 의혹 규명을 최장 120일간에 이뤄질 '마라톤 수사'의 최우선 순위에 놓고 구체적인 사실 관계 확인에 나섰다.
VIP 격노설은 윤 전 대통령이 2023년 7월 31일 오전 11시 대통령실 회의에서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뒤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며 '격노'했고, 경찰이첩을 보류시키고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결과를 바꾸게 했다는 의혹이다.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은 당일 오전 11시 54분께 대통령실 명의인 '02-800-7070' 번호로 걸려 온 전화를 받고, 전화를 끊자마자 바로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게 전화해 경찰 이첩 보류, 국회·언론 브리핑 취소를 지시했다.
당시 해병대 수사단장이었던 박정훈 대령은 이 같은 지시를 '수사 외압'으로 판단, 해병대사령관의 보류 명령에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 8명을 적시한 초동조사 결과를 그대로 경찰에 이첩했다가 항명 혐의로 기소됐다.
특검은 이날 해당 의혹을 규명할 '키맨'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김 전 사령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 중이다.
김 전 사령관은 당시 윤 전 대통령의 격노 사실을 처음으로 박 대령에게 언급한 인물로 지목됐다.
김 전 사령관이 박 대령을 집무실로 불러 "대통령이 회의에서 국방비서관으로부터 1사단 사망 사고 관련 보고를 받았고,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며 격노했다고 한다"고 말했다는 것이 박 대령의 일관된 진술이다.
하지만 김 전 사령관은 해당 발언을 부인하고 있고, 군검찰 조사에선 박 대령이 항명죄를 벗기 위해 지어낸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특검은 김 전 사령관을 상대로 대통령실과 이 전 장관으로부터 받은 지시내용이 무엇인지 집중적으로 캐묻고 있다. 아울러 박 대령에게 전달했다는 윤 전 대통령 '격노' 발언의 실체를 추궁하며 진상을 파악 중이다.
특검은 수사의 또 다른 한축으로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로비 의혹'의 실체 규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임 전 사단장은 채상병이 복무하던 해병대 1사단의 부대장으로, 해병대 초동조사에선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로 적시됐다가 수사외압 논란 이후 혐의자에서 제외됐다.
김건희 여사와 친분이 있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내가 VIP에게 얘기하겠다"며 임 전 사단장의 사퇴를 만류했다는 녹취가 공개되면서 구명로비 의혹이 제기됐다.
특검은 수사 개시 첫날인 지난 2일 임 전 사단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비롯해 구명로비 의혹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아울러 특검 수사관은 주말인 지난 5일 이종호 전 대표와 함께 단체대화방에 있던 대통령경호처 출신 송호종 씨와 경찰 최모 씨 등을 만나 구명로비 의혹의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비공식 면담 형식으로 진행된 이날 만남에서 특검 수사관은 '이종호 씨가 김건희 여사와 통화하는 것을 듣거나 목격한 적 있나' 등 김 여사 관련 내용을 물었다고 한다.
김 여사가 연루된 구명로비 의혹은 순직해병특검과 김건희특검 양 특검의 공통된 수사 대상이지만, 순직해병특검팀은 김건희특검과 조율해 먼저 수사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특검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VIP 격노설과 임성근 구명로비 의혹의 정점으로 각각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가 거론되는 만큼, 핵심 인물 조사가 일단락되면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차례로 순직해병특검의 소환조사를 받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kc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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