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어리연꽃. 사진=당진시 |
충남 당진의 대표적인 수리 유산인 합덕제(合德堤)가 생태복원의 상징으로 주목받고 있다. 오랜 시간 농업용 저수지로 사용되어 왔던 이곳에서, 최근 국내 희귀 수생식물인 '하얀 어리연꽃'이 무려 700여 개체 이상 자생 중인 사실이 확인되며 자연과 인간의 공존 가능성을 새롭게 보여주고 있다.
당진시(시장 오성환)는 7일, 합덕제 일대에서 관찰된 하얀 어리연꽃 군락이 2022년 약 40여 개체에서 불과 3년 만에 700개체 이상으로 늘어났다고 공식 발표했다. 하얀 어리연꽃은 조름나물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수생식물로, 지름 1~1.5cm의 작고 섬세한 흰꽃을 피운다. 연꽃이라는 이름에도 불구하고 수련과는 다르며, 자가수분을 피하기 위해 수술을 먼저 내보내고 암술을 나중에 발달시키는 독특한 번식 전략을 지닌다.
이 식물은 유속이 느리고 물이 깨끗한 환경에서만 자라기 때문에, 그 자체로 생태계의 건강함을 판단할 수 있는 지표종으로 여겨진다. 이런 까다로운 조건 속에서도 농업용 저수지로 수백 년 간 기능했던 합덕제에서 자생한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당진시는 수년 전부터 합덕제의 생물다양성 복원을 위해 수질 개선과 저수지 생태 모니터링을 꾸준히 실시해왔다. 그 결과, 하얀 어리연꽃 외에도 금개구리, 수달, 물총새, 큰고니, 가물치 등 다양한 생명체가 이 일대에 서식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어리연꽃 군락이 곤충과 양서류의 번식지를 제공하고, 수면 아래는 어류와 무척추동물들의 피난처가 되며, 수달과 물새의 이동 경로까지 만들어진 것”이라며 합덕제를 중심으로 한 ‘생태 네트워크의 회복’을 높이 평가했다.
합덕제는 백제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1400여 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국가중요농업유산이다. 오래전부터 농업의 생명줄 역할을 해왔지만, 이제는 그 생명을 키우는 자연의 품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하얀 어리연꽃의 자생은 단순한 식물 발견이 아닌, 인간이 자연과 상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의 증거”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생물다양성 증진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작고 하얀 꽃잎이 수면 위를 수놓는 모습은 마치 ‘물 위에 핀 별’처럼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자연과 문화, 그리고 생명이 어우러진 합덕제는 지금, 조용히 그러나 뚜렷이 생태 복원의 기적을 써 내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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