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류정호 기자] 한일 수교 60주년을 맞아 한국과 일본 축구 대표팀의 사령탑이 한자리에 모였다. 홍명보 한국 대표팀 감독과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대표팀 감독은 지난달 26일 일본 지바현의 일본축구협회 드림필드에서 교도통신 주최로 특별 대담을 했다. 한국과 일본 축구 대표팀 감독이 대담 형식의 인터뷰를 함께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감독은 1968년생(모리야스)과 1969년생(홍명보)으로 비슷한 연배에 선수 시절 일본프로축구 J리그에서 경쟁했던 인연이 있다. 홍명보 감독은 ‘아시아의 리베로’로 불리며 프로축구 K리그와 J리그를 넘나들며 활약했고, 모리야스 감독도 J리그 산프레체 히로시마의 원년 멤버로 J리그 발전을 함께했다.
두 감독은 과거 A매치뿐 아니라 일본 무대에서도 직접 맞붙은 경험이 있어 이번 만남은 더욱 의미 있었다. 홍명보 감독은 “예전에 함께 뛰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한일 축구의 과거와 미래를 폭넓게 논의했다. 개인적으로도, 양국 축구 전체를 놓고 봤을 때도 아주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모리야스 감독은 “이제는 선수 홍명보가 아니라 감독 홍명보로 마주하게 됐다. 라이벌이자 동료로서 서로에게 좋은 자극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두 감독은 대담에서 서로가 기억하는 인상적인 한일전도 공유했다. 홍명보 감독은 1994 국제축구연맹(FIFA) 미국 월드컵을 앞두고 열린 1993년 도하 아시아지역 월드컵 최종예선을 꼽았다. 한국은 일본에 0-1로 졌지만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고, 일본은 탈락의 아픔을 겪었다. 반면 모리야스 감독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예선에서 일본이 한국을 2-0으로 꺾은 경기를 꼽았다. 당시 그는 대표팀에 차출되지 않았지만 “그 승리가 일본 축구가 한국이라는 벽을 넘은 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두 감독이 공통으로 꼽은 한일전은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결정전이었다. 당시 홍명보 감독이 이끈 한국은 박주영과 구자철의 연속골로 2-0 승리를 거두며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모리야스 감독은 “세계 정상권 무대에서 한일전이 펼쳐졌다는 사실 자체가 감격스러웠다”고 돌아봤다.
2002 FIFA 한일 월드컵에 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홍명보 감독은 “양국이 공동 개최국으로서 함께 16강에 진출한 건 큰 의미였다”고 했다. 모리야스 감독 또한 “일본의 탈락 이후 한국이 아시아 대표로 뛰는 모습이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일본 탈락 후 한국 선수들에게 “우리의 목표는 더 높다”고 다짐시킨 일화도 전해졌다.
대담 말미에는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을 향한 각오가 오갔다. 홍명보 감독은 “지금까지 가보지 못한 지점까지 나아가는 것이 목표”라고 힘주었다. 모리야스 감독 역시 “한 경기씩 집중한다면 우승도 가능하다. 2002년 한국이 4강에 간 모습을 직접 봤기에 가능성을 믿는다”고 포부를 밝혔다.
두 감독은 6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공식 기자회견에서 다시 마주했다. 오는 15일 펼쳐질 사실상의 결승전이 될 가능성이 높은 한일전을 앞두고 다시 옆자리에 앉은 두 감독은 “라이벌이자 동료”라는 말로 서로를 평가했다. 모리야스 감독은 “홍명보 감독의 대표팀 업적은 내게 영감을 준다”고 했고, 홍명보 감독은 “좋은 자극을 주고받을 수 있어 의미 있는 관계”라고 화답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도 대회에서는 서로를 넘어서야 한다. 홍명보 감독은 “모든 경기에서 최선을 다해 전승 우승을 노리겠다”고 밝혔고, 모리야스 감독 역시 “모든 경기에서 이기고 우승하겠다”며 트로피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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