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황수민 기자] 유통업계가 인공지능(AI) 기술을 중심으로 온오프라인 쇼핑 경험을 새롭게 설계하고 있다.
기업은 생성형 AI를 접목해 소비자와 매장의 접점을 촘촘히 연결하고 의사결정과 마케팅 전략을 고도화하며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지우는 ‘경험 중심 쇼핑 혁신’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유통업계 전반에서 AI 기반 리테일(소매) 혁신이 본격화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유통업계 최초로 글로벌 데이터 분석 기업인 ‘스트래티지’의 생성형 BI 플랫폼 ‘스트래티지 원’(Strategy One)을 도입했다.
이 플랫폼은 비전문가도 대화형 AI를 기반으로 직관적인 데이터 분석이 가능해 신속한 비즈니스 인사이트 도출과 높은 보안성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롯데백화점은 이를 내부 고객 분석 시스템과 통합한 ‘BI 에이전트’를 가동했다.
높은 숙련도와 전문성이 요구됐던 고객 분석 과정이 대화형으로 간편화되면서 실무 현장에서의 데이터 활용 범위가 크게 넓어질 것으로 롯데백화점은 기대한다. 실제 운영 한 달간 고객 분석 업무에 소요되는 시간이 최대 70%까지 단축되는 사례도 나왔다.
분석 결과물의 신뢰성 역시 개선됐다. 기존 내부 고객 데이터에 상권, 날씨, 통신사 유동 인구 등 외부 데이터를 통합함으로써 활용처가 다양해졌다. 롯데백화점은 이런 기술 기반의 분석 고도화가 초개인화 전략 추진에 속도를 붙일 것으로 본다. 고객 동향과 수요를 정밀하게 파악해 맞춤형 브랜드 발굴, 마케팅 및 콘텐츠 기획, 서비스 제안이 가능해진다는 설명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부터 사내 업무에 AI를 확대 적용하며 전방위적 업무 생산성 향상을 도모해 왔다. 사내 업무 매뉴얼을 유형화해 대화형 AI 챗봇을 접목하고 협업 도구에도 챗GPT를 도입하는 한편 비주얼 콘텐츠 제작에도 생성형 AI를 활용 중이다.
현대백화점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고객에게 맞춤형 쇼핑 콘텐츠를 제안하는 AI ‘헤이디(HEYDI)’를 개발했다. 업계 최초의 AI 기반 쇼핑 어시스턴트 서비스다. 실제 오프라인 쇼핑 공간에서의 경험을 설계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고 현대백화점은 소개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 검색과 추천을 돕는 일반적인 리테일 업계의 AI 기술을 오프라인 공간으로 가져와 맞춤형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뒀다.
헤이디는 대화를 통해 쇼핑은 물론 외식, 문화 등 고객이 리테일 공간에서 하고 싶은 경험 수요를 파악하고 방문 시점의 점포 운영 정보를 분석한 뒤 맞춤형 콘텐츠를 제안한다. 고객은 채팅창처럼 구현되는 헤이디 화면에서 방문 매장을 선택하고 원하는 쇼핑 콘텐츠를 자연스러운 대화체로 전달하면 된다.
대화 중 마음에 드는 매장을 찾으면 예약이나 웨이팅을 신청하는 것도 가능하다. 오픈 주기가 짧은 팝업스토어도 고객 방문 일정과 목적에 맞게 안내된다. 이 같은 서비스가 가능한 것은 전국 현대백화점·아웃렛 점포의 브랜드 매장, 레스토랑, 팝업스토어, 전시 콘텐츠, 각종 프로모션 등 정보가 헤이디에 실시간으로 연동되기 때문이다.
헤이디 개발을 맡은 현대백화점그룹 ICT전문 기업 현대퓨처넷은 각 점포의 실시간 정보를 생성형 AI가 학습하고 이를 기반으로 고객에게 최적화된 답변을 제공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번에 공개된 버전은 외국인 고객용 ‘헤이디 글로벌’이며 향후 내국인 버전이 추가로 출시될 예정이다.
GS리테일은 지난 4일 자사 앱 ‘우리동네GS앱’ 내 주류 전문 플랫폼 ‘와인25플러스’에 AI 이미지 검색 기능을 도입했다. QR코드나 바코드 인식 없이 상품 사진을 촬영하거나 보유 이미지를 업로드하는 것만으로 관련 와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주류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기능은 고객이 매장에서 제품을 고를 때 겪는 브랜드 및 품종 구분의 어려움을 줄이고 더 쉽고 정확한 선택을 지원하기 위해 기획됐다. 사전 테스트에서 와인25플러스에서 판매하지 않는 제품을 제외한 검색 결과에서 높은 인식 성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GS리테일에 따르면 와인25플러스에서 주류 검색량은 하루 평균 약 9000건에 달한다. 이번 AI 기반 서비스 도입이 고객에게 새로운 차원의 쇼핑 편의를 제공할 것으로 GS리테일은 기대한다. 온라인 주문과 오프라인 픽업이 결합된 O4O(Online for Offline)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유통업계는 이처럼 AI 기술을 단순한 도구가 아닌 쇼핑 경험과 조직 운영을 동시에 바꾸는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 고객은 앱과 매장을 넘나들며 더 직관적이고 개인화된 쇼핑을 경험하고 기업은 생성형 AI를 바탕으로 데이터 분석과 의사결정 속도를 끌어올리며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리테일 경쟁력은 단순한 구매를 넘어 머무르고 우연한 발견을 즐기는 ‘경험 중심’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AI는 이런 변화를 가속하고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새로운 리테일 환경을 구현하는 핵심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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