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정부가 이달부터 카드론까지 DSR 규제에 포함시키며 가계부채 관리 고삐를 더욱 죄고 있다. ‘영끌'’대출 차단이 목표지만, 서민·취약차주의 자금 접근성 축소와 카드사 수익성 악화 우려가 제기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일부터 ‘스트레스 DSR 3단계’를 시행하고 카드론을 규제 대상에 포함시켰다. 기존에는 카드론이 신용정보원 전산 기준상 ‘기타대출’로 분류돼 DSR 산정에서 제외됐지만, 이번 조치로 은행 신용대출과 동일하게 연소득 대비 한도 내에서만 취급이 가능해졌다.
여기에 지난달 27일 발표된 ‘6·27 가계부채 관리방안’에서는 카드론을 공식적으로 ‘신용대출’로 재분류하고, 신용대출 총한도를 연소득 100%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이 추가됐다. 이에 따라 카드론은 기타대출로서 DSR 규제를 받고, 동시에 신용대출 총량 규제도 적용되는 ‘이중 규제’ 체계에 편입된 셈이다.
이번 규제 강화는 카드론이 일종의 부동산 투기 자금 우회 수단으로 사용된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2021~2022년 부동산 가격 급등기에는 일부 고신용자가 은행 대출 한도를 소진한 뒤 카드론을 활용해 자금을 보완하는 사례가 늘면서 제도 허점을 악용한 ‘풍선효과’가 지적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카드론을 포함한 전방위적 대출 규제를 통해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카드업계는 카드론의 주된 이용층이 중·저신용자 및 금융소외계층이라는 점을 들어 규제의 형평성과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고신용자의 부동산 투기 사례는 일부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카드론은 갑작스러운 생활비 부족을 메우기 위한 급전 성격”이라며 “전면 규제는 저신용자 소외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예외 규정 마련했지만…서민 급전창구 좁아져
비판이 확산되자 금융당국은 지난 2일 신용대출 한도 규제에서 일부 예외를 허용하는 보완책을 내놨다. 카드론을 신용대출에 포함하되 ▲연소득 3500만 원 이하 저소득자 ▲상속·결혼·장례·수술 등 불가피한 생활안정 목적의 대출은 규제에서 제외하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예외조항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서류 증빙 부담과 대출 목적의 정밀 심사 과정에서 사실상 예외 적용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정부 방침이 명확한 상황에서 금융사들은 위험 회피 차원에서 예외 대출을 최소화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게다가 최근 은행권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고신용자들이 카드사 대출로 몰리는 ‘쏠림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그러나 카드사에는 연간 카드론 증가율을 3~5% 이내로 관리하라는 총량 규제도 동시에 적용되고 있어, 대출 한도는 제한된 반면 수요는 늘어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고신용자 유입이 계속되면, 본래 카드론을 이용하던 중저신용자들의 대출 승인 가능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결국 급전이 필요한 계층이 제도권 금융에서 배제되고, 사금융 등으로 밀려날 위험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카드사 수익성·건전성 압박 동시 진행
카드사 입장에서도 이번 규제는 수익성 저하로 직결된다. 카드론은 대표적인 고금리 대출 상품으로, 일부 전업카드사의 경우 전체 영업이익의 20~30%를 차지하는 핵심 수익원이다. 하지만 가맹점 수수료 인하, 리볼빙 규제 강화, 조달금리 상승 등으로 수익 기반이 이미 위축된 상황에서 카드론까지 조이게 되면 타격은 불가피하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4년 1분기 전업카드사 8곳의 카드론 수익은 1조3243억 원으로 전분기보다 감소했다. 연체율 역시 2%대를 넘나들며,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고금리 대출 수익은 줄고, 연체율 리스크는 커지는 이중고가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이번 조치는 대출 쏠림 현상을 차단하고, 전체 금융 시스템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강조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실수요자 보호를 위한 예외조항도 함께 마련된 만큼 시장 혼란은 최소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규제가 오히려 서민 금융 인프라를 위축시키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부동산 투기 차단이라는 명분은 이해되지만, 동시에 정책의 이면에서 금융 접근성이 급격히 줄어드는 계층이 발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며 “포용금융과 건전성 관리가 병행될 수 있도록 정책의 정교함이 더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한 경영학부 교수도 “총량 규제를 일률적으로 적용할 경우, 그 여파는 가장 취약한 금융소비자에게 먼저 미친다”며 “단기적 수치 관리보다 구조적 리스크 해소와 중저신용자 대상 정책금융의 재정비가 우선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Copyright ⓒ 투데이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