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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4대 사회보험 중 고용안전망 역할을 하는 고용보험을 초단시간으로 여러 일자리에서 일하는 ‘N잡러’에게도 적용하는 법안을 정부가 오는 10월 내기로 했다. 이재명 정부 들어 노동 부문 첫 입법이다. 그러나 ‘임의 가입’ 방식을 채택해 기존 방안보다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세정보 기반..사각지대 최소화 기대
고용노동부는 7일 소득 기반으로의 고용보험 개편을 위한 ‘고용보험법’,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지난 3월부터 노·사·전문가가 11차례 논의한 결과를 담았다.
고용보험 적용 기준을 현행 소정근로시간(근로계약서상 근로시간)에서 실보수(소득)로 개편하는 내용이 골자다. 지금은 주 15시간 이상 일해야 고용보험 가입이 가능한데, 일정 소득 이상을 벌면 적용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소득 기준은 노·사·전문가 논의를 거쳐 시행령에서 정할 계획이다.
소득 기반으로 제도가 개편되면 고용안전망 사각지대가 최소화할 전망이다. 현행 체계에선 사업주 신고를 토대로 고용보험을 적용해 가입이 누락되는 경우가 있다. 앞으로는 국세소득 자료가 기반이 돼 누락자를 손쉽게 확인하고 직권 가입시킬 수 있게 된다.
초단시간(주 15시간 미만) 일하는 N잡러도 고용보험 적용이 가능해진다. 일자리 ‘합산 소득’을 기준으로 고용보험 적용 여부를 따지기 때문이다. 지금은 주 15시간 이상 일해야 가입할 수 있고, 2개 이상 일자리에서 15시간 넘게 일해도 주된 일자리 한 곳에 대해서만 고용보험 적용을 받는다.
◇N잡러엔 ‘임의가입’..당초 계획안보다 ‘후퇴’
그러나 합산 소득으로 적용할 때 근로자 신청(임의 가입)을 받기로 한 점은 고용안전망 강화라는 제도 개편 취지를 살리지 못한 조처라는 비판이 나왔다. 김성희 L-ESG평가연구원장은 이데일리에 “N잡러가 고용보험 포괄범위에 들어왔다고 말할 수 없다”고 했다. N잡러가 고용보험 보호를 사실상 받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보면, 초단시간 노동자는 2018년 109만 5000명으로 처음 100만명을 넘어선 뒤 지난해 174만 2000명을 기록했다. 물론 임금근로자뿐 아니라 비임금근로자까지 합한 ‘취업자’ 규모이고, 이들이 모두 N잡러인지도 불분명하다. 그럼에도 향후 고용보험 가입이 가능한 초단시간 N잡러가 상당한 점은 분명해 보인다.
정부는 임의 가입을 원치 않는 현장 노동자들 의견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정기획위원회 사회1분과 전문위원인 정흥준 서울과기대 교수가 지난해 말 ‘노사공포럼’ 게재한 보고서에 따르면, 일정 요건을 갖춰 고용보험 적용 대상이 됐지만 가입한 초단시간 노동자는 11.1%에 그쳤다. 특히 절반(46.4%)은 본인이 가입 대상이 아니라고 알고 있었다.
결국 정부의 당초 구상보다 후퇴한 법안이라는 지적이다. 손필훈 고용부 고용서비스정책관은 “임의가입으로 시작한 뒤 단계적으로 당연가입 대상을 확대할 것”이라며 “고용보험과 한국형 실업부조인 국민취업지원제도를 통해 중층적인 고용안전망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정부는 연내 입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경우 2027년 1월 고용보험 체계가 전면 개편된다. 다만 실업급여가 실제로 소득을 기초로 지급되는 시기는 2028년 1월부터로 예상된다. 직전 1년치 보수를 기초로 하기 때문에 시행 후 1년이 지나야 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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