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류정호 기자]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을 1년여 앞두고 홍명보(56)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옥석 가리기’에 나섰다. 7일 개막하는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은 국내파 선수들에게 사실상 월드컵 최종 명단을 향한 마지막 시험대이자 홍명보호의 체제 정비를 위한 실전 무대다.
대표팀은 앞서 3일 성남종합운동장에서 소집훈련을 시작하며 본격적인 담금질에 돌입했다. 홍명보 감독은 첫 훈련에 앞서 “테스트라는 명목 아래 ‘전쟁’이 벌어졌다. 선수들 모두가 월드컵을 향해 간절히 집중하는 모습이다”라고 밝혔다. 대표팀은 7일 중국과 1차전을 시작으로, 11일 홍콩, 15일 일본과 차례로 만난다. 장소는 모두 용인미르스타디움이다.
이번 대회는 FIFA A매치 캘린더에 포함되지 않아 유럽파와 중동파 선수들의 차출이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K리그에서 뛰는 선수 23명, 일본 J리그에서 활약 중인 3명 등 총 26명의 ‘국내파 중심’ 대표팀이 구성됐다. 2003년 시작된 E-1 챔피언십은 격년제로 열리는 동아시아 지역 국가대항전으로, 한국은 역대 최다인 5차례 우승을 기록 중이다. 이번 대회는 2019년 이후 6년 만의 정상 탈환을 노리는 무대이기도 하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신예들의 대거 발탁이다. K리그1(1부) 전북 현대의 2004년생 강상윤을 포함해 이호재(25·포항), 김태현(29·전북) 김태현(25·가시마), 모재현(29), 서민우(27·이상 강원), 변준수(24·광주), 서명관(23·울산), 이승원(22·김천) 등 총 9명이 생애 첫 A대표팀 승선을 이뤄냈다. 이들 모두 소속팀에서 올 시즌 두각을 나타내며 홍명보 감독의 레이더에 포착된 선수들이다.
대표팀 막내인 강상윤은 “혼자 방을 쓰고, 식사도 따로 하는 게 낯설지만 오히려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어 좋다. 기회를 한 번으로 끝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미소를 보였다. 유소년 시절부터 우상으로 삼아 온 이재성(33·마인츠)으로부터 “지켜보겠다”는 응원의 메시지를 받은 강상윤은 “대표팀에서도 잘해보고 싶다”고 다짐했다.
강상윤 외에 ‘부자(父子) 국가대표’로 주목받는 이태석(23·서울)과 이호재의 존재도 눈에 띈다. 이태석은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이을용(50) 경남FC 감독의 아들이다. 이호재는 ‘캐논 슈터’로 이름을 날린 이기형(51) 중국 갑급 리그(2부) 옌볜 룽딩 감독의 아들이다. 이태석과 이호재는 각각 지난 3차 예선과 이번 대회를 통해 A대표팀에 본격 발탁됐다. 이태석은 “대를 이어 월드컵에 나가는 것이 목표다. 감독님이 말씀하셨듯 경쟁이 시작됐고, 그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계속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호재 역시 “처음 대표팀에 합류했지만 월드컵이라는 무대를 목표로 삼고 있다. 아버지를 뛰어넘는 선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대표팀의 중심은 조현우(34·울산)와 박진섭(30·전북)이 맡는다. 손흥민(33·토트넘)과 이재성 등 기존 유럽파 주장이 빠진 상황에서 두 국내파 베테랑이 각각 주장과 부주장으로 선임됐다. 대한축구협회(KFA)는 “두 선수는 소속팀에서도 리더십이 검증된 인물이다. 젊은 선수들을 이끄는 구심점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김민재(29·바이에른 뮌헨), 황인범(29·페예노르트), 이재성 등 현재 대표팀의 핵심 자원 상당수가 E-1 챔피언십을 통해 두각을 나타내며 주전으로 자리 잡은 바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소집된 신예들에게도 이 대회는 첫 기회이자, 어쩌면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
앞서 치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을 통해 홍명보 감독의 본선 엔트리 구상은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난 상태다. 게다가 남은 시간도 많지 않다. 오는 9월 미국 원정 소집부터는 유럽과 중동에서 뛰는 주축 해외파가 대거 복귀할 예정이기 때문에 이번 동아시안컵은 국내파 선수들이 홍명보 감독에게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눈도장을 찍을 사실상 마지막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Copyright ⓒ 한스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