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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프랑스 파리의 인기 베이커리 마미슈는 최근 페이스트리용 프랑스산 전용 버터 ‘뵈르 드 투라주’(beurre de tourage)의 안정적인 공급이 끊기면서 고심에 빠졌다. 기존 공급처가 끊긴 자리를 메우기 위해 새로 찾은 공급자들은 25~30% 비싼 가격을 요구하고 있지만, 마미슈는 여전히 제품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마미슈의 상업 운영 담당자 로빈 오르소니는 “공급처를 바꾸면 맛과 품질 차이가 확연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고객 만족을 위해 버터는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프랑스만의 일이 아니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버터 가격이 역대 최고 수준에 머무르고 있으며 상승세가 쉽게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유럽과 뉴질랜드 등 주요 생산국들의 공급은 줄어든 반면,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는 탓이다.
세계 버터 수출량의 약 70%를 차지하는 유럽과 뉴질랜드는 2025년을 역대 최저 재고 수준에서 시작했다. 2022년 유럽 원유 가격이 치솟고 인플레이션과 연료비가 상승하면서 낙농업자들이 버터 대신 수익성이 높은 치즈 생산을 늘린 것이 큰 영향을 줬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소속 경제학자 모니카 토토바는 “버터는 원유에서 크림을 분리해 만들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버터밀크는 산업적 활용도가 낮다”며 “반면 치즈는 원유 전체를 사용하고, 부산물인 유청도 고단백 식품으로 인기가 높아 수익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유럽 유가공업체들은 버터 대신 점점 더 많은 치즈를 생산하고 있다. 미국 농무부(USDA) 추정에 따르면 올해 EU의 버터생산량은 8년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더불어 유럽의 젖소 수는 줄고, 청설병(blue tongue)과 유방 피부병(lumpy skin disease) 같은 가축 질병까지 확산하며 원유 생산 자체가 위축됐다.
최근 몇 주간 유럽을 덮친 폭염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심한 더위는 젖소의 우유생산량을 줄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아이스크림, 생크림 크림 수요가 늘어나면서 버터 생산여건에 추가 부담을 준다.
줄어드는 공급과 달리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USDA에 따르면, 2025년 세계 버터 소비량은 전년 대비 2.7%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국 6%, 대만 4%, 인도 3% 등 아시아지역의 수요 증가가 거세다. ‘버터맛’을 아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다.
국내에서도 버터 소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24년에는 다소 감소했지만 2022년 연간 버터소비량 3톤(t) 시대를 열었다. ‘앙버터’, ‘소금빵’, ‘버터바’ 등 버터가 들어가는 디저트가 인기를 끈 데다가 버터를 활용한 다양한 요리 방식도 대중화된 까닭으로 풀이된다.
서구권에서도 버터 수요는 다시 늘고 있다. 과거 건강에 해롭다는 이유로 멀어졌던 버터가, 최근 가공식품을 멀리하는 트렌드 속에서 다시 식탁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버터값 상승은 국내 소비자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버터 수입량은 3420억원으로, 국내 생산액(274억원)의 12배에 달한다. 국내 버터수급의 90% 이상을 수입산에 의존하는 격이다.
치솟는 버터 가격 상승에 일부 국가에서는 대응에 나섰다. 폴란드는 지난 5월 대선 직전 전략 비축 중이던 버터 1000톤을 시장에 방출하며 가격 안정화에 나섰고, 이는 정치적 논쟁으로까지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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