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이면 하천과 저수지 주변은 온통 초록빛으로 채워진다. 물가를 따라 솟은 풀들이 바람결에 흔들리며 물결을 닮은 모습을 만든다. 걷다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풀이 바로 부들이다. 자세히 보면 줄기 끝에 갈색 시가 모양의 꽃이삭을 단 키 큰 식물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일각에서는 어린 시절 부들 꽃이삭을 보고 핫도그처럼 생겨 먹는 것인 줄 알았다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이 식물은 생태계에 꼭 필요한 식물이다.
부들의 줄기는 곧게 자라고 키는 1m에서 3m 정도로 뿌리줄기가 진흙 속을 따라 길게 뻗는다. 여름에는 진한 초록빛으로 물가를 채우고 가을로 갈수록 색이 연해진다. 부들은 습지, 저수지, 하천처럼 물이 얕고 진흙이 많은 곳에 군락을 형성한다. 물살이 세게 흘러도 쉽게 쓰러지지 않는다.
이 덕분에 부들 군락은 물가의 흙이 쓸려 내려가는 것을 막아준다. 물 흐름을 완만하게 하고, 진흙이 쌓여 습지를 유지하도록 돕는다. 그 안에서 물새, 양서류, 곤충들이 서식하며 알을 낳아 부들 군락은 작은 생태계를 품은 쉼터가 된다.
물가에 널린 풀처럼 보이는 부들
멀리서 보면 부들은 그냥 흔한 풀처럼 보일 수 있지만 부들의 뿌리와 줄기는 물속에 산소를 공급한다. 진흙 속 뿌리에서 미세하게 산소가 배출되며 진흙이 썩는 것을 막는 덕분에 다른 수생 생물이 살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다.
부들은 군락을 이루며 습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물고기, 개구리, 곤충 등 다양한 생물들이 부들 사이를 은신처로 삼는다. 물새들이 알을 낳는 자리로도 이용된다. 부들이 없는 습지는 쉽게 무너지고 생태계가 불안정해진다.
부들의 물 정화 능력
부들이 주목받는 큰 이유 중 하나는 수질 정화 능력이다. 부들은 물을 오염시키는 주요 원인인 물속의 질소, 인 같은 영양염류를 흡수한다. 뿌리와 줄기를 통해 유기물도 함께 흡수하며 물속 오염원을 제거한다.
부들 뿌리에는 미생물이 모여 산다. 이 미생물들은 물속의 유기물을 분해한다. 분해 과정에서 산소가 소비되고, 새로운 산소가 공급되며 물속 산소 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된다.
유럽, 북미에서는 부들을 수질 정화 식물로 일찍부터 활용했다. 하수처리장 주변, 습지 복원 구역에 부들을 심어 자연정화 장치로 쓴다. 국내에서도 낙동강, 금강, 한강 유역에 부들 군락이 조성돼 있다.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은 부들, 줄, 갈대 같은 식물로 습지 복원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하천 정비 사업에서도 부들 군락은 유지되도록 관리되고 있다.
부들의 쓰임새와 주의 사항
부들은 예부터 사람에게도 쓰임새가 많았다. 줄기를 잘라 말리면 발, 자리, 방석 같은 생활용품의 재료가 됐다. 지금은 일부 지역에서 전통 방식을 이어가는 장인들이 드물게 남아 있다. 어린 순은 나물로 먹기도 한다. 그러나 반드시 데쳐 독성을 줄이고, 물에 충분히 우려낸 뒤 먹어야 한다.
최근에는 부들의 친환경적 가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자연 친화적 건축 소재나 조경용 식재로 활용된다. 습지 복원과 생태계 복원 사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료다. 부들 군락은 생태계를 살리고 자연의 흐름을 유지하는 데 큰 몫을 한다.
부들을 채취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습지, 하천 변은 국가나 지자체가 관리한다. 허가 없이 부들을 뽑거나 베면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부들은 물새, 어류, 양서류의 서식지이자 산란지로 무단 채취나 군락 훼손은 생태계에 큰 피해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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