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기온이 33도까지 치솟는 날도 많아지면서, 도시를 벗어나 물가로 피서를 떠난다. 특히 산과 계곡은 에어컨 없이도 서늘한 공기와 차가운 물줄기를 느낄 수 있어 매년 여름이면 피서객들로 붐빈다.
계곡에서 바비큐를 굽거나, 수박을 물에 띄워 두는 풍경은 여름철 피서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수박을 시원하게 먹기 위해 계곡물에 담가두는 행동은 오랜 관행처럼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런 무심한 습관 하나가 식중독이나 기생충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겉보기엔 멀쩡한 수박도 껍질에 붙은 균이 칼을 타고 과육까지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깨끗해 보여도 위험한 계곡물… 대장균과 기생충이 문제다
맑고 깨끗해 보이는 계곡물도 안심할 수 없다. 물속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이 다수 서식하고, 그중 대표적인 것이 대장균이다. 특히 피서객이 몰리는 여름철에는 배설물 등 오염원이 유입돼 대장균 농도가 급격히 높아진다.
대장균에 오염된 물에 과일을 담가뒀다가 그대로 섭취하면, 복통·설사·구토는 물론 심하면 방광염이나 패혈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계곡물은 마시는 것은 물론, 식재료를 담가두는 것 역시 위험하다.
더 큰 문제는 기생충이다. 계곡물에는 ‘이질아메바’나 ‘스파르가눔’ 같은 기생충이 있을 수 있다. 이질아메바는 장염, 간농양, 발열, 구토, 오한을 유발하며, 스파르가눔은 몸속을 돌아다니며 조직을 파괴한다. 심하면 뇌까지 침범해 뇌경색까지 일으킨다. 감염 후 수주에서 수년 뒤에야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 더욱 위험하다.
수박처럼 껍질이 두꺼운 과일도 안심할 수 없다. 겉면에 붙은 세균이 칼을 통해 속으로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수박 자르기 전 식초 세척 필수
계곡물 온도는 대개 15~20도 내외다. 체감은 시원하더라도 실제로는 세균이 증식하기 쉬운 조건이다. 특히 어린이나 노인처럼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소량의 균에도 빠르게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피서지에서 급성 설사나 복통을 호소하는 사례가 여름마다 반복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소한의 안전을 위해선 수박을 자르기 전에 껍질을 식초 물로 닦는 것이 좋다. 계곡에 도착한 후에도 그늘지고 물이 닿지 않는 곳에 두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
수박 남겼을 땐 랩보다 밀폐 용기… 랩 보관은 세균 3000배까지 증가
수박을 먹다 남긴 뒤에도 주의해서 보관해야 한다. 흔히 랩을 씌워 냉장 보관하는 경우가 많지만, 오히려 세균 증식을 유도하는 방법이 된다.
2015년 한국소비자원에서 실행한 실험에 따르면, 멸균한 칼과 도마를 사용하고 4℃ 냉장 온도에서 보관했음에도, 랩 포장한 수박 절단면에서는 세균이 무려 3000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세균은 대부분 수박 껍질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수박은 랩보다 밀폐 용기에 보관하고, 가능하다면 한입 크기로 잘라 담을 것을 권한다. 이미 랩에 싸서 냉장 보관을 한 경우라면, 껍질 쪽 절단면은 최소 1cm 이상 잘라낸 후 섭취하는 게 좋다.
계곡에서 피해야 할 또 다른 행동은?
수박뿐 아니라, 계곡물에 음식이 닿는 행동은 모두 위험하다. 아이스크림을 물에 띄우거나 음료 캔을 담가두는 일도, 겉면의 세균이 입으로 들어가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계곡에서 라면이나 고기를 조리해 먹는 것도 물 사용에 주의해야 한다. 흐르는 물로 손을 씻거나 조리도구를 헹구는 행동 역시 식중독 원인이 될 수 있다.
수박과 음료는 미리 집에서 준비하고, 계곡에서는 음식이 물에 닿지 않도록 따로 보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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