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부드럽게 스며드는 산자락. 녹음이 짙어지는 숲속에서 은은한 향기를 품은 꽃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나뭇가지마다 흰빛과 연분홍빛이 섞인 작은 꽃송이가 무리를 이루며 피어 있다. 바로 미선나무다.
전 세계에서 한국에만 자생하는 식물로 알려진 미선나무는 초여름 산자락에서 만나면 복이 온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서도 보호 필요성이 크다고 말한 이 나무는 국립공원 일대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자생지에 주로 분포하며 일반 산행 중 쉽게 볼 수 있는 식물이 아니다.
한국에서만 만날 수 있는 미선나무의 생태
미선나무는 인동과에 속하는 낙엽관목이다. 높이는 2m 정도까지 자라며, 가지가 사방으로 퍼진다. 꽃은 4월 말부터 6월 초까지 피고, 흰빛 또는 연분홍빛이 감돈다. 나선형으로 피어 있는 듯한 꽃 모양이 선비들이 쓰던 미선(尾扇, 꼬리 부채)과 닮았다고 해서 이름이 붙었다.
주로 충청북도 괴산, 보은 일대 산자락과 강원도 남부 지역에 자생한다. 햇빛이 잘 드는 산비탈, 계곡 주변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며, 번식은 주로 씨앗에 의존하여 꽃이 진 뒤 열매를 맺는다. 열매는 익으면 연한 갈색이 되며 바람을 타고 날아간다.
미선나무는 한때 화목용으로도 재배됐으나, 남획과 서식지 훼손으로 개체 수가 크게 줄었다. 1980년대 이후 보호 식물로 지정돼 함부로 채취할 수 없다. 현재 미선나무 자생지는 국립공원공단, 산림청, 문화재청 등 여러 기관이 공동으로 관리하고 있다.
미선나무꽃의 의미와 쓰임
미선나무는 꽃 자체가 희귀해 관상 가치가 높다. 가지 끝마다 핀 꽃송이가 무리 지어 피어, 산자락에 부드러운 색감을 더한다. 꽃에는 미세한 향기가 배어 있어 초여름 산행 중 잠시 멈춰 숨을 고르게 만든다. 미선나무는 약용으로 사용된 기록은 드물지만, 예부터 꽃과 나뭇가지는 민간에서 지혈제나 부기 완화에 활용되기도 했다.
미선나무의 꽃잎은 얇고 연약해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흩날린다. 이 때문에 옛 선비들은 미선나무꽃을 청렴과 순수의 상징으로 삼았다. 조선 후기 유생들이 미선나무가 피어 있는 산길을 일부러 걸으며 정신을 가다듬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요즘은 국립공원 탐방 프로그램이나 산림교육센터에서 미선나무의 생태와 의미를 알리는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미선나무 보호와 관찰 시 주의할 점
미선나무는 국내에서 천연기념물 제147호로 지정된 충북 괴산군 청천면 일대가 자생지이다. 개화기에는 탐방객이 몰리지만, 자생지 보존을 위해 일정 구간은 출입을 통제한다. 문화재청, 산림청, 국립공원공단이 해당 구역을 공동 관리한다. 무단 채취, 가지 꺾기, 뿌리 훼손 등의 행위는 자연공원법과 문화재보호법 위반으로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최대 5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미선나무를 관찰할 땐 나무와 일정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개화기에는 꽃잎이 매우 연약해 손을 대거나 가지를 흔들면 꽃이 쉽게 떨어진다. 국립공원공단은 미선나무 자생지 주변에 안내판을 설치해 관찰 예절을 강조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드론 비행도 금지된다. 자연 생태계를 해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배려다.
미선나무는 초여름 산행 중 우연히 만난다면 그 자체로 행운이다. 자연이 주는 작은 기적을 오래 보존하기 위한 관심과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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