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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혜 전국중등교사노동조합 사무처장은 4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최근의 수행평가 논란에 대해 이같이 비판했다.
수행평가는 암기 위주 지필평가의 한계를 극복하고 학생들의 사고력 향상을 위해 1999년 처음 도입됐다. 그러나 과목당 2~3개 이상의 수행평가를 진행하거나 과제형식의 수행평가가 늘면서 학교 현장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교육부는 ‘부모 숙제’로 전락한 수행평가 개선을 위해 최근 ‘수업 중에만 수행평가를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황 사무처장은 수업 중 시행 여부가 문제의 본질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도입 이후 수행평가가 대입에 반영되면서 교사는 학생부 세특(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기록할 근거가 필요했고, 학생들도 이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면서 부담감이 증폭됐다는 얘기다.
황 사무처장은 수행평가의 대입 반영 이후 “더 이상 교육적 평가가 아니라 ‘기록을 위한 절차’로 기능하게 됐다”며 “학생들도 0.1점 차이로 내신 등급이 갈리게 되면서 수행평가에서 단 1점도 감점되지 않으려 부담감을 갖게 된 것”이라고 했다.
앞서 중등교사노조가 3일 공개한 교사 2554명 대상 긴급 설문 결과에서도 교사 59.4%는 수행평가에 대해 ‘평가를 위한 평가’, ‘형식적 평가’라고 평가했다. 응답 교사 30.6%가 학생부 세특 기재를 위해 수행평가를 시행한다고 밝혔으며, 28.8%는 학교·교육청의 평가 지침에 따르기 위해 형식적으로 수행평가를 운영한다고 답했다.
황 사무처장은 “지금은 세특에 쓸 거리를 만들기 위해 수행평가를 설계하는 구조가 일상화 됐다”며 “평가가 수업 속에서 자연스럽게 파생되는 것이 아니라 학생부 작성을 위한 절차로 역설계되는 주객전도의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평가가 입시 경쟁의 수단으로 기능하면서 학생과 교사의 시간을 모두 소모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지필·수행평가의 비중까지 관여하는 교육청의 지침은 교사의 평가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 사무처장은 “교육당국은 지침을 통해 지필평가와 수행평가 비율을 6대 4 정도로 권고하고 있으며 특히 시도교육청은 학업 성적관리 지침 등을 통해 논술형 평가가 교과별로 15%~40% 이상 반영되도록 사실상 강제하고 있다”며 “이 기준을 맞추기 위해 수행평가에 논술형 평가를 포함하게 되며, 한 번의 평가로 높은 점수를 부여할 수는 없으므로 이를 여러 차례에 나눠 실시하는 구조가 됐다”고 설명했다.
학생 한 명당 10개 과목을 배운다면 한 학기에 20~30개의 수행평가를 치러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황 사무처장은 “교사의 수업권과 평가권은 교육의 자율성과 전문성에 기반한 정당한 권한”이라며 “헌법과 법률이 교사의 교육활동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음에도 교육당국은 평가 방식·비율·기록 기준에 이르기까지 교사의 교육적 판단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황 사무처장은 이어 “수행평가 방식을 고치는 수준이 아니라 제도 전체를 교육적 관점에서 재구성해야 할 때”라며 “수행평가와 논술형 평가의 비율지침을 폐지하고 교사의 실질적인 평가 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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