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습지는 생명을 품는다. 물안개 자욱한 창녕 우포늪 한가운데서 올해 더욱 특별한 생명이 탄생했다. 한반도에서 자취를 감췄던 따오기가 야생에서 스스로 새끼를 낳고 길러냈다. 1979년 멸종 판정 이후 46년 만에 이뤄낸 자연 번식이다. 그 자체로 생태계 복원의 신호탄이다.
따오기가 사라진 이유
따오기는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한국 전역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문헌에 따르면 1911년에는 무려 천 마리 규모의 따오기 무리가 관찰됐다. 영국 외교관이자 여행가인 C.W. 캠벨은 "따오기는 한국에서 겨울과 봄에 흔히 보이는 새"라고 기록했다. 그러나 한국전쟁 이후 논과 습지가 파괴되며 상황이 급변했다. DDT 등 유기염소계 농약이 확산하고, 서식지와 먹이가 사라졌다. 1979년 판문점에서의 마지막 목격을 끝으로 따오기는 야생에서 사라졌다.
창녕 우포늪에서 일어난 생태계 복원의 기적
경남 창녕군은 따오기 복원의 중심이다. 2008년부터 중국에서 들여온 따오기를 중심으로 인공 증식이 진행됐고, 2019년부터 야생 방사가 시작됐다. 40마리를 시작으로 이후 80마리까지 방사됐다.
이 가운데 성과가 나왔다. 2022년과 2023년에 각각 태어난 야생 따오기 한 쌍이 짝을 지어 3~4개의 알을 낳고 28일간 알을 품은 끝에 새끼를 부화시켰다. 새끼 따오기는 6주 동안 부모의 보살핌 속에 성장해 이소까지 마쳤다. 2세대 야생 따오기가 3세대 자연 번식에 성공한 것이다. 멸종 46년 만의 자연 복원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붉은 부리와 분홍 깃털… 특별한 생김새와 생태
따오기의 최초 표본은 일본에서 채집됐다. 몸길이는 70~80cm, 날개폭은 130~140cm에 달한다. 부리는 길고 아래로 굽어 있으며 끝부분은 붉은색으로, 진흙 속에서 먹이를 찾는 데 사용한다. 멀리서 보면 흰색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은은한 분홍빛을 띤다. 번식기에는 턱에서 나오는 색소를 깃털에 바르며 머리와 목이 회색으로 변한다.
주로 동물성 먹이를 선호한다. 미꾸라지를 가장 좋아하며 개구리, 올챙이, 가재, 조개, 달팽이, 곤충 등을 먹는다. 부리를 이용해 진흙을 휘저으며 먹이를 감각적으로 찾아내는 습성은 왜가리나 백로와는 다르다. 번식을 위해선 최소 3년의 성장이 필요하며, 3~4개의 알을 낳고 약 50일간 기른다.
동아시아 3국의 복원 노력과 남은 과제
일본과 중국도 따오기 복원에 뛰어들었다. 일본은 1981년 마지막 개체를 포획해 인공 증식을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2003년 ‘킨’을 끝으로 멸종됐다. 이후 중국에서 개체를 들여와 증식에 성공했고 지금은 방사 단계에 들어섰다.
중국은 1981년 산시성 양현에서 살아남은 7마리를 발견한 후 보호구역을 지정했고, 지금은 2600마리 이상의 따오기가 정착했다. 한국은 중국에서 들여온 2마리를 시작으로 복원 사업에 착수했고, 현재는 300마리 이상의 따오기가 서식하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복원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방사 초기 사망률이 높았고, 포식자와 환경 변화에 따른 폐사 사례도 이어졌다. 현재는 생존율이 75% 수준까지 올라간 상태지만, 유전적 다양성이 낮고 서식지가 개발 위협을 받는 상황은 여전하다.
따오기는 오염되지 않은 습지나 논에서만 생존할 수 있다. 그들의 복원은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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