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류 신선식품 배송 업체 '정육각'이 경영난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친환경·유기농 상품 유통기업 '초록마을' 인수 과정의 차질과 영업난이 겹치며 두 기업이 함께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다만 서울회생법원이 지난 5월부터 시범 운영 중인 예방적 자율 구조조정 계획(프리 ARS·pre-ARS)을 신청한 덕택에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영업 허가 결정도 내려졌다.
서울회생법원 회생18부(수석부장판사 양민호)는 4일 정육각과 초록마을의 신청을 인용해 회생절차를 개시했다.
재판부는 아울러 영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사업계속을 위한 포괄허가 결정'도 함께 발령했다. 두 기업이 소비자를 상대로 영업하는 유통업체라는 특수성을 고려했다.
재판부는 "회생절차 개시 결정이 하루라도 지연될 때 협력업체와 소비자의 불안감이 확산돼 자칫 납품이나 매출 등 영업 자체가 중단될 위기가 크다"라며 "채무자 회사들에 대한 협력업체, 초록마을 측의 프랜차이즈 영업 관련 전국 200여 개 가맹점주들과 소속 근로자들 및 일반 소비자들 등 다수의 권익 보호에 도움이 된다"라고 했다.
이에 따라 두 기업은 매입·매출 등 거래업체들에 대한 상거래 대금과 가맹점주에 대한 대금 지급이 가능하다. 직원들의 급여도 정상적으로 지급할 수 있게 됐다.
김재연 현 정육각 대표이사도 경영권을 유지한다. 재판부는 회사들의 영업 및 재정 현황과 채권채무 권리관계, 신청 배경을 고려해 '관리인 불선임' 결정을 내렸다.
다만 경영 과정에서 채권자협의회가 추천하는 구조조정 담당 임원(CRO)의 자금수지 감독을 받는다. 또 경영진의 위법 사항이 추후 적발되면 관리인이 선임될 수 있다.
정육각은 지난 2022년 4월께 초록마을을 인수했는데, 이 과정에서 투자자의 계약 미이행으로 추가 대출을 받게 돼 재무 구조가 악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경기침체에 따른 매출 감소와 영업손실 누적이 겹치며 부채가 자산 총액을 초과하는 수준의 유동성 위기에 처했다. 타개책으로 시도한 공장 등 자산 매각도 실패했다.
초록마을도 가맹점들의 폐점으로 영업손실이 누적됐는데, 지난해 티몬 등 대형 유통 채널의 회생 신청으로 물품 공급업체들이 선입금을 요구하자 재정에 타격을 입었다.
재판부는 이날 두 회사가 회생 개시 신청서를 접수한 지 7시간30분 만에 인용 결정을 내놨다.
회사들의 현황과 권리관계를 파악하고 심문을 거쳐야 하는 만큼 회생절차 개시가 당일에 결정되는 건 흔치 않다.
정육각과 초록마을은 지난 2일 프리 ARS를 신청하고 당일 조정전담재판부(법원장 정준영)의 비공개 심문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채무조정 신청 경위와 채무 내용, 피신청인과 협상 진행 방향 등에 대해 심리가 이뤄졌다.
프리 ARS는 서울회생법원이 시범 운영 중인 제도로 기업이 채권자들과 채무조정을 시도할 수 있다. 다만 이 단계에서 합의에 실패하면 회생 절차를 신청할 수 있다.
정육각과 초록마을은 부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상거래 채권 등 권리관계를 고려해 회생절차를 밟기로 했다.
두 기업은 오는 21일까지 채권자 목록을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이 목록에 포함되지 않은 권리관계가 있는 채권자들은 다음달 4일까지 법원에 채권을 신고할 수 있다.
재판부는 채권자 목록을 제출 받아 신한회계법인에 조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조사 기간은 다음달 18일까지며 보고서 제출 기한은 9월 1일까지다.
두 기업은 오는 9월 29일까지 회생계획안을 제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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