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조금 느리지만 더 따뜻하게 대접하겠습니다.”
경계선지능 청년들이 손수 요리하고 내미는 한 끼, 그 정성스러운 식당이 또 한 곳 문을 연다. 전국 5개의 지점을 운영 중인 청년밥상문간 식당은 4일 서울 낙성대 슬로우(SLOW)점의 개점으로 또 한 번의 따뜻한 시작을 알렸다. 슬로우점은 서울 대학로점에 이어 두 번째다.
경계선지능인은 지적장애 진단 기준보다는 높지만 평균지능에 미치지 못하는 지능지수를 가지면서 지적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겪게 되는 것과 유사한 사회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기준 학급당 3명, 전국 8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은 학업과 근로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법적 장애가 아니다 보니 법적,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 같은 경계선지능 청년 위한 일터가 마련됐다. 청년문간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청년밥상문간은 고시원에서 굶주림 끝에 목숨을 잃은 청년의 이야기를 계기로 2017년 출발했다. 해당 식당은 건강하고 맛있는 식사를 3000원에 판매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에게 따뜻한 끼니를 제공했다.
더 나아가 지난해부터는 동대문종합사회복지관,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강원지역본부와 함께 경계선지능인 청년들의 사회 참여와 자립을 돕기 위한 슬로우점 식당 운영을 시작했다. 이 들은 슬로우점을 통해 경계선지능 청년들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고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개점식에 자리한 6명의 청년들은 지난 5개월 간의 직무교육과 인턴십 과정을 거쳤다. 그 과정에서 청년들은 매장 관리는 물론 친절한 고객 응대와 위생 관리 등 식당을 직접 운영하고 책임질 수 있는 기본 역량을 갖추기 위한 교육을 받아 어엿한 직원으로 선발됐다.
이날 개점식에 참석한 청년문간사회적협동조합 이문수 이사장은 개회사를 통해 “먼저 슬로우점에 일하게 된 여섯 분의 청년들에게 축하 인사를 전하고 저희 단체를 응원해 주시는 많은 분들께 감사하다”며 “청년들이 앞으로 건강하고 행복하게 일을 잘해 나갈 수 있도록 계속해서 관심과 응원 보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동대문종합사회복지관 정만복 관장은 “5개월 동안 약 100시간에 걸친 훈련을 성실히 마치고 이렇게 현장에 나서게 된 여러분이 정말 자랑스럽다”며 “그 시간 동안 쌓은 경험과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앞으로도 책임감 있게 일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강원지역본부 이용구 본부장은 “이날 시작하는 낙성대 슬로우점은 우리 청년들의 건강한 자립과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제공할 것”이라며 “공단 역시 오늘의 주인공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프로그램과 안전한 매장을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다음으로 낙성대 슬로우점에서 일하게 된 6명의 청년들에게 앞치마와 직원 명찰을 수여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지난 1일부터 낙성대 슬로우점에서 직원으로 일하게 된 김지우(26·남)씨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군 복무 전까지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한 경험이 있어서 음식점에서 일하는 게 익숙하다. 당시 손님들을 응대하는 걸 좋아했다”며 “그래서 슬로우점에서 일하면 적성에 잘 맞을 것 같다고 생각해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 무엇보다도 이렇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 자체가 감사하다”며 “저보다 경제적이거나 심리적으로 더 어려운 청년들에게 따뜻한 식사와 마음을 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이 식당에서 그 약속을 꼭 지키고 싶다”고 덧붙였다.
앞으로의 각오에 대해서 김씨는 “정식으로 채용된 만큼 더 많이 발전할 것”이라며 “또 예전의 경험도 살려서 제 실력을 빠르게 키워서 손님들께 당당한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김씨를 포함한 6명의 청년들은 낙성대 슬로우점에서 사회생활의 첫 발을 내디뎠다. 이들은 “아침에 일어나 출근할 곳이 생겨 뿌듯하다”며 웃어 보였다. 또 다른 청년은 “손님 응대 등 식당 운영을 통해 무언가를 해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조금은 느리지만 따듯한 이곳, 청년밥상문간 슬로우점은 경계선지능 청년들이 사회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되고 있다.
한편 청년밥상문간 낙성대 슬로우점은 매주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운영하며 시간은 매일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2시까지다. 대표 메뉴는 김치찌개이며 1인분에 3000원에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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