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서만 자라는데..." 곧 멸종한다는 '한국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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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서만 자라는데..." 곧 멸종한다는 '한국 나무'

위키푸디 2025-07-04 15:55: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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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나무 열매 / 국립공원공단
구상나무 열매 / 국립공원공단

줄기와 가지가 하늘을 향해 곧게 솟고, 뒷면의 흰 잎이 바람에 흔들리면 반짝이는 은빛을 만들어낸다. 구상나무는 '소나무과 전나무속'에 속하는 한국 고유의 상록 침엽수다. 세계 어디에도 없고, 오직 한반도의 고산지대에만 자생한다. 학명은 'Abies koreana'로, 이름에 ‘코리아’를 품은 식물이다. 즉 존재 자체만으로도 우리의 생물 주권을 상징한다.

세계에 단 하나뿐인 한국의 '구상나무'

구상나무로 이루어진 한라산 / 국립수목원
구상나무로 이루어진 한라산 / 국립수목원

구상나무는 제주 한라산, 지리산, 덕유산, 무등산, 백운산 같은 해발 500~2000m 고산에 군락을 이루며 자란다. 키는 10~20m까지 자라며, 어린나무는 원뿔형 수형이 단정하다. 선형잎은 가지에 돌려나면서 달리고, 끝이 두 갈래로 갈라져 성게 가시처럼 보인다. 제주 방언 ‘쿠살(성게)+낭(나무)’에서 구상나무라는 이름이 유래한 것을 알고 보면 더 재밌다.

잎은 사철 푸르고, 앞면은 진한 녹색, 뒷면은 은백색으로 기공선이 2줄 나 있다. 5~6월에는 수꽃과 암꽃이 같은 나무에 피는데, 꽃 색이 자주색이면 일반 구상, 붉은빛은 '붉은구상', 검은빛은 '검은구상', 푸른빛은 '푸른구상'으로 불린다. 꽃이 핀 자리에는 길이 4~6cm 원통형 솔방울 열매가 맺히고, 9~10월이면 하늘을 향해 곧게 선다.

태양을 보고 자라며 위로 솟는 수형, 색이 다양한 꽃과 열매, 은빛 잎의 조화는 시각적으로도 아름답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심벌 나무’로 지정될 만큼 상징성과 품격을 지닌 나무다.

유럽선 고급 트리, 국내선 잊혀진 식물

구상나무 / 국립수목원
구상나무 / 국립수목원

구상나무는 크리스마스트리로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유럽에서는 'Korean Fir'로 불린다. 원뿔형 실루엣이 뚜렷하고, 키가 작아도 수형이 단정해서 실내에 두기 좋다. 잎 뒷면의 흰빛과 수직으로 솟는 솔방울은 다른 트리용 나무에선 보기 어렵다. 가정용 고급 트리 시장에선 이미 품종 개량을 통해 '최상급'으로 분류된다.

이 나무가 세계에 알려진 건 1907년 프랑스 선교사 타케 신부가 한라산에서 표본을 채집해 미국 하버드대 아널드 식물원에 보낸 것이 계기였다. 이후 1915년 영국 식물학자 어니스트 윌슨이 ‘구상나무(Abies koreana)’라는 이름으로 공식 등록했다. 현재 모식표본은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유럽에서는 관상용·조경수·분재로 널리 활용되지만 정작 국내에선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유럽인의 눈에선 ‘희소하고 멋진 한국의 나무’지만, 한국에선 “산에 있는 흔한 전나무 비슷한 나무” 정도로 여겨지는 경우도 많다.

멸종위기 이유는 '기후'

구상나무 열매 / 국립공원공단
구상나무 열매 / 국립공원공단

가장 큰 문제는 기후 변화다. 구상나무는 연중 일정한 강수량, 여름철 서늘한 날씨, 겨울철 적설이 유지돼야 건강하게 자란다. 최근 여름 고온 건조, 겨울철 강수량 감소가 반복되면서 고산지대 구상나무들이 대거 말라 죽고 있다. 한라산 1700~1800m 고도에서 자라는 개체의 80% 이상이 이미 고사한 상태다.

지리산의 1만 5000여 그루 군락도 위태롭다. 특히 고산에서 서식하는 만큼 생태 적응에 한계가 있어 환경 변화에 극도로 민감하다. 기온이 1~2도만 올라가도 치명적이다. 뿌리가 얕고, 직사광선과 건조에 약하다. 어린 나무는 병해에 쉽게 노출되고, 잘록병과 곰팡이에 매우 약하다. 2년 차부터는 생장 속도가 느려지고, 열매가 맺히려면 최소 11년은 기다려야 한다.

고산지대 생태계가 붕괴되면 가장 먼저 사라질 식물이 구상나무라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실제로 구상나무는 고산림 한계선에서 자생하며, 저지대 환경에선 스스로 생존할 수 없다. 지금처럼 기후 변화가 이어지면, 수십 년 안에 한반도 자연에서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구상나무를 지키기 위한 노력

구상나무 열매 / 국립공원공단
구상나무 열매 / 국립공원공단

멸종 위기를 막기 위한 복원 작업도 시작됐다. 2021년부터 환경부와 산림청은 구상나무 보전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라산, 지리산, 덕유산 등 자생지에서 건강한 개체를 골라 열매를 채집하고, 6년 이상 양묘장에서 기른 뒤 건강한 묘목을 금원산, 월봉산, 백운산 등에 심고 있다.

종자 발아율은 37%에 불과하고, 어린 나무가 병충해와 고온에 취약해 세심한 관리가 필수다. 햇빛 차단용 차광망 설치, 토양 살균, 병해충 방제, 습도 조절 등 복합적 관리가 병행돼야 한다.

구상나무의 복원은 한국 고산지대 생태계의 핵심 구조를 지키는 일이며, 한국만의 고유 유전자 자원을 후손에게 남기는 일이다. 유럽에서 인기 있는 고급 수종이 아닌, 한반도의 귀중한 자연유산이라는 인식이 더 널리 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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