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손성은 기자] 정부가 지난 6월 27일 발표한 대출 규제는 시작일 뿐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3일 기자회견에서 “6·27 대책은 맛보기에 불과하다”고 못 박았다. 그는 “집값과 가계부채를 그대로 둘 수 없다”며 “시장 상황이 잡히지 않으면 지금보다 훨씬 강한 조치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부동산 시장의 반등 조짐과 가계부채 급증세가 이어지는 한, 규제는 계속된다’는 선언이다.
이 대통령은 “수요 억제책, 공급 확대책 다 남아 있다. 필요한 건 다 쓰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후속 대책 준비에 착수했다. 규제 지역 확대, 주택담보대비율(LTV) 추가 축소, 전세대출에 스트레스 DSR 적용, 주담대 위험가중치 상향 등 수단은 이미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대출 규제 1차 조치로 ▲하반기 은행 대출 총량 축소 ▲주담대 한도 6억 원 제한 ▲다주택자 신규 주담대 전면 금지 ▲생애최초 LTV 80%→70% 축소 조치를 전격 시행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집값을 억제하고 유동성을 차단하기 위해 투기 수요부터 막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은 반응하지 않았다. 서울 아파트값은 6월 마지막 주 기준 4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수도권 전역의 매수심리도 되살아났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0.09% 상승했다. 가계대출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6월 한 달 동안 시중은행의 주담대·전세대출 잔액은 1조원 이상 늘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시장이 규제 효과를 무시하고 반등하면 수위를 더 올릴 수밖에 없다”며 “LTV 추가 축소는 기본이고, 전세대출까지 묶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정책대출에 대한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도 현실화할 수 있다. 정부는 현재 DSR 규제 대상이 아닌 전세대출과 정책금융 상품에도 가상의 금리를 반영한 총부채상환비율을 적용해 한도를 대폭 줄일 계획이다. 규제에서 빠진 사각지대를 제거할 방침이다.
은행 자본 규제를 활용한 간접 조치도 이어간다. 금융위는 주택담보대출의 위험가중치를 현행 15%에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조치가 시행되면 은행은 BIS 비율 유지를 위해 대출 공급량을 줄일 수밖에 없다.
이 같은 고강도 조치가 이어지면 실수요자 피해가 불가피하다.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에게 적용되던 LTV가 줄면서 무주택자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다. 전세대출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되면 청년층과 서민의 주거 이동 자체가 봉쇄된다.
이 대통령은 실수요자 피해 가능성에 대해 “공급이 본격화되면 가격 불안도 진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약속한 공급 계획은 내년 중반 이후에나 효과가 나타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공급 지연 속 규제 강화가 반복되면 실수요자는 제도권 대출을 포기하고 비제도권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주택담보대출 규제는 6개월 이상 효과를 지속하지 못한다”며 “규제를 반복하면 실수요자만 고립된다”고 분석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대출 규제 직후 일시적 하락세를 보였지만, 1년 만에 집값은 다시 폭등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엔 다르다. 정부가 수요와 공급을 동시에 통제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며 “추가 규제는 시장이 판단할 수 없게 타이밍을 조정해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하반기 동안 집값 상승률, 대출 증가 속도, 실수요자 위축 현황 등을 종합 분석해 추가 조치 발표 시점을 조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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