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DB손해보험이 미국의 자동차보험 전문 보험사인 포르테그라(Fortegra)를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손해보험사의 미국 본토 보험사 인수는 이번이 처음으로, 포화 상태에 접어든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사업 확대를 모색하는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DB손보는 최근 포르테그라에 대한 실사를 마무리하고 지분 100%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최종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인수 금액은 약 15억 달러(한화 약 2조원) 규모로, 거래가 성사되면 DB손보는 포르테그라의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8월 중 인수 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포르테그라는 1978년 미국 플로리다주 잭슨빌에 설립된 손해보험사로, 자동차보험과 서비스보증계약(VSC), 특수보험 등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B2B 기반의 유통 채널을 중심으로 보험 상품을 판매하며, 딜러 및 금융기관과의 제휴 모델에 강점을 가진 중견 보험사다.
2023년 기준 총자산 약 7조2000억원, 매출 2조6000억원, 조정 순이익 2100억원을 기록하는 등 안정적인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DB손보는 그간 괌, 하와이, 캘리포니아, 뉴욕 등 미국 내 지점을 통해 소규모 해외 보험 사업을 운영해 왔다.
그러나 이번 인수는 미국 현지 보험사를 통째로 인수하는 형태로, 단순 지점 개설이나 합작법인 방식과는 규모나 방식 면에서 차별화된다. 미국 내 보험 인프라를 단기간에 확보하고, 자동차보험 중심의 현지 사업 기반을 갖추게 된다는 점에서다.
미국 보험사 인수 첫 사례…왜 자동차보험사일까?
특히 이번 인수 대상이 ‘자동차보험’ 특화 보험사라는 점은 전략적 의도가 반영된 선택으로 평가된다. 미국은 세계 최대 자동차보험 시장으로, 연간 시장 규모가 약 3000억달러(약 400조원)에 달한다. 손해보험 시장 내 비중도 40% 이상을 차지하며, 차량 보유율과 보험 가입률이 높아 보험료 수입이 꾸준하다. 상품 구조가 정형화돼 있고 손해율 예측이 가능한 점도 수익성 관리에 유리한 요소로 꼽힌다.
DB손보는 국내에서도 자동차보험에 강점을 가진 보험사로, 국내에서 축적한 언더라이팅 및 손해율 관리 노하우를 미국 시장에 적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포르테그라가 보유한 유통망을 활용하면 별도의 채널 구축 없이도 현지 시장에서 안정적인 영업이 가능하다는 점도 인수 매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수는 국내 손해보험업계의 구조적 한계에 대한 대응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저출산·고령화, 시장 포화로 인한 보험료 성장 한계, 경쟁 심화로 인한 손해율 악화 등으로 수익성 유지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해외 시장 진출은 실적 방어와 성장 동력 확보 차원의 선택이라는 평가다.
다만, 대규모 자본 투입에 따른 재무 리스크도 존재한다. 인수 금액은 DB손보의 자기자본 대비 약 25% 수준으로, 단기적인 자본비율 하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울러 미국은 주 단위 보험 감독 체계를 운영하고 있어, 인수 이후 규제 적응 및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포르테그라 인수는 단순한 해외 진출을 넘어 글로벌 손해보험사로의 체질 전환을 시도하는 사례로 볼 수 있다”며 “인수 이후 통합 전략과 운영 효율성, 규제 대응 역량이 향후 성과를 결정지을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DB손보는 현재 법률·회계 자문단을 통해 인수 구조 및 재무조건을 검토 중이며, 연내 인수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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