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경상수지가 25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가며, 올해 5월에만 101억4000만달러를 넘어섰다. 하지만 자동차와 철강 등 비(非)IT 제조업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선 데다, 미국의 관세 강화와 중국·일본 등 주요 시장의 수요 둔화까지 겹치면서 향후 수출 흐름에는 경고등이 켜졌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2025년 5월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5월 경상수지는 101억4000만달러(약 13조8000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전월(57억달러)보다 약 44억달러 증가한 수치로, 2021년 5월(113억1000만달러), 2016년 5월(104억9000만달러)에 이어 5월 기준 역대 세 번째로 큰 흑자다.
올해 1~5월 누적 흑자 규모는 351억1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270억6000만달러) 대비 80억5000만달러 확대되며 개선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흑자 확대의 주된 원인은 수입 둔화에 있다. 5월 상품수지 흑자는 106억6ㅐㅐㅐ만달러로 전월(89억9000만달러) 대비 16억7000만달러 늘었다. 이는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인해 원자재 수입이 줄어든 데 따른 결과다. 실제로 석탄 수입은 전년 동월 대비 31.6%, 석유제품은 30.0%, 원유는 14.0% 각각 줄며 전체 원자재 수입이 13.7% 감소했다.
수입 전체는 462억7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7.2% 줄었다. 다만 자본재 부문에서는 수송장비(46.8%)와 반도체 제조장비(26.1%), 정보통신기기(16.5%) 등 투자를 위한 품목 수입이 증가해 설비투자 회복의 신호로 해석된다.
수출은 569억3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8% 감소하며 4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됐다. 반도체와 의약품 등 IT·고부가 제품이 전반적으로 호조를 보였지만, 자동차(-5.6%), 철강(-9.6%), 석유제품(-20.0%) 등 전통 제조업 수출이 크게 줄면서 전체 수출을 끌어내렸다.
특히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 시장에서의 수출 부진이 뚜렷하다. 미국 수출은 8.1%, 중국은 8.4%, 일본은 9.0%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강화 움직임과 함께 중국의 내수 둔화, 일본의 엔저 영향 등을 수출 부진의 배경으로 지목하고 있다. 반면 동남아(8.2%)와 EU(4.0%)에서는 수출이 증가해 지역별로 명암이 갈렸다.
5월 서비스수지는 22억8000만달러 적자로, 전월(-28억3000만달러)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구조적 적자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여행수지 적자는 전월(-5억달러)에서 -9억5000만달러로 확대됐다. 5월 황금연휴 기간 해외여행 수요가 증가한 영향이다.
운송수지 역시 적자 폭이 지속됐으며, 이는 해운·항공 운임 회복 지연과 글로벌 물류 둔화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여행수지와 운송수지 모두 당분간 적자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4월 외국인 배당금 지급에 따라 일시적 적자를 기록했던 본원소득수지는 5월에 21억5000만달러 흑자로 반등했다. 이는 계절적 요인에 따라 외국인 대상 대규모 배당금 지급이 끝나면서 본래 흐름을 회복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6월부터 다시 해외 배당소득 유입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어, 본원소득의 흑자 지속 여부는 불확실하다.
금융계정 순자산(자산-부채)은 67억1000만달러 증가했다. 내국인의 해외 직접투자는 41억3000만달러 증가했고, 외국인의 국내 직접투자도 3억2000만달러 증가했다.
특히 증권투자에서는 내국인의 해외 채권투자가 100억9000만달러, 외국인의 국내 채권투자도 122억7000만달러 늘어났다. 이는 기준금리 차와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된 결과로 풀이된다.
에너지 수입 감소와 배당 수입 확대에 힘입은 경상수지 흑자는 긍정적이지만, 수출의 질적 구성에 대한 우려는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전통 제조업 수출은 관세와 글로벌 수요 둔화에 따라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통상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만큼, 자동차·철강 등 기존 수출 주력 업종의 경쟁력 제고가 시급하다"며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 속에 새로운 전략 수립과 정부의 산업별 대응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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