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양우혁 기자】 가성비 전기차로 시장에 진입했던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이제는 중형 세단과 SUV 등 한국 자동차 시장의 핵심 차급으로 공세를 확대하고 있다. 초기 저가형 전략에서 벗어나 프리미엄급 전기차까지 국내에 투입하며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4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5월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의 점유율은 44.1%로, 사실상 독주 체제를 굳혔다. 같은 기간 전 세계 신규 등록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포함)는 752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32.4% 증가했다.
BYD는 이 기간 158만6000대(점유율 21.1%)를 판매하며 글로벌 1위를 기록했고, 지리는 79만3000대(10.5%)로 2위에 올랐다. 테슬라는 53만7000대(7.1%)로 3위로 내려앉았다. 상하이차(SAIC), 창안, 체리 등 주요 브랜드까지 포함하면 중국 업체들의 영향력은 더 확연해진다.
이처럼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리는 가운데, 한국 시장에서도 중국산 전기차 모델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BYD는 지난해 말 국내 시장에 진출한 이후 가성비 전기 SUV ‘아토3’로 빠르게 존재감을 넓혔다. 출시 두 달 만에 1000대 이상 판매되며 수입 전기차 판매 3위에 올랐고, 올해 안으로 중형 세단 ‘씰’과 중형 SUV ‘씨라이언7’을 추가로 국내에 출시할 예정이다.
특히 BYD 씰 다이내믹 AWD의 국내 판매 가격은 4690만원(세제 혜택 적용 후, 전기차 보조금 미포함)으로, 호주와 일본보다 각각 790만원, 990만원 낮다. BYD는 가격 우위에 더해 퍼포먼스 중형 세단으로서의 새로운 시장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모습이다.
지리자동차의 전기차 브랜드 지커도 지난 2월 한국 법인을 설립하고 진출을 준비 중이다. 중형 전기 SUV ‘7X’를 첫 출시 모델로 검토하고 있으며, 창안자동차·립모터 등 주요 중국 완성차 업체들도 국내 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중국산 전기차는 신차 시장을 넘어 중고차와 렌터카 등 플릿(법인·영업용) 시장으로도 확산되는 추세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국내 완성차 업계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BYD와 지리를 비롯한 중국 업체들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배터리 기술, 생산 자동화,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까지 무기로 앞세우고 있다. 유럽과 동남아 시장에서는 현지 공장 설립과 현지화 전략을 통해 빠르게 점유율을 늘리는 중이다. 이런 공세가 한국 시장에서도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다양한 세그먼트 공략과 현지화 전략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만큼, 한국 시장 역시 예외일 수 없다고 지적한다. BYD와 지리 등은 이미 기술력, 생산 자동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유럽과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공세가 국내 완성차 업계에 구조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한국 소비자들의 중국 브랜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극복할 수 있을지 여부가 향후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평가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과 가격 경쟁력을 입증했다”면서도 “한국 시장은 품질과 브랜드 신뢰도를 중시하는 소비자가 많아 고급 세단이나 SUV로 올라갈수록 진입 장벽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BYD가 국내에서 중국 전기차에 대한 품질 논란 없이 빠르게 자리 잡은 것은 고무적”이라며 “앞으로 다른 중국 업체들의 국내 진출도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다만 한국 소비자들은 차량의 가격대에 민감한 만큼 합리적 가격 형성이 시장 안착의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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