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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오는 9일(현지시간) 시장 예정인 국가별 상호관세 부과를 엿새 앞두고 베트남과 무역합의를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에서 “베트남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모든 물품에 20% 관세를, 환적(제3국이 베트남을 경유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물량) 상품에 대해서는 40% 관세를 부과하는 조건”이라고 밝혔다.
베트남에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우선 큰 고비는 넘겼다. 기존 관세율인 10%보다 부담은 커졌지만, 다음주 부과 예정이던 46%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앞서 가전의 경우 철강 관세 50%가 적용되는 파생제품 명단에 추가되면서 가격 인상 요인이 커진 상태였다.
삼성전자는 전체 스마트폰 물량의 50% 이상을 베트남에서 만들며 글로벌 생산 거점으로 삼고 있다. 호찌민 공장에서는 TV와 가전을 만들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베트남에서 미국으로 수출한 스마트폰·가전 등 제품 규모는 베트남 전체 수출의 14%를 차지할 정도로 크다. LG전자는 베트남 하이퐁에서 냉장고를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베트남에 생산 공장을 둔 삼성전기(009150), LG이노텍(011070) 등 전자 부품업체들도 비슷한 분위기다. 상호관세가 미국으로 수출되는 최종 제품에 부과되며 부품업체들은 간접 영향권에 있었다. 세트(완제품) 업체의 관세 부담이 커지면 부품 단가를 인하하려는 압력이 커지고, 공급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46% 상호관세율로 우려가 컸었는데 어느 정도 해소가 된 부분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환적 제품의 관세율은 40%로 높게 책정된 것은 변수다. 기업들은 우선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중국산 물건이 베트남을 통해 미국으로 우회 수출하려는 것을 막으려는 목적이어서 당장 국내 기업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는 관측이 많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환적 제품의 기준 등 구체적인 조항이 나와야 영향을 받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업계는 특별한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산 스포츠유틸리티차(SUV)나 대형 엔진 차량이 베트남으로 수출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에 따라 우리의 대(對)베트남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차·기아의 지난해 베트남 판매량은 10만여대로 현지 점유율 1위(20.6%)를 달리고 있지만, 전체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베트남 소비자 중에 미국산 대형차를 탈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트럼프 대통령이 현실성 없는 발언을 한 것 같다”며 “우리 자동차 수출에는 별 타격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이 베트남과 유리한 협상을 이끌면서 중국을 견제하는 동시에 일본에 으름장을 놓는 모양새를 우리 입장에선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간) 일본산 제품 관세를 30~35%로 상향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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