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올해 6월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4100억달러 선을 다시 회복했다. 달러 약세와 외화자산 운용수익 증가가 주요인으로, 최근 수개월 간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던 외환시장 내 한국의 대응 여력이 다소 회복됐다는 평가다.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2025년 6월 말 외환보유액'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외환보유액은 4102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말(4046억달러)보다 56억1000만달러 증가한 수치다. 특히 지난 2월 4,00억달러 선이 무너진 이후 5개월 만의 회복이다.
외환보유액은 올해 들어 변동성이 심했다. 1월에는 46억달러, 2월엔 18억달러 줄며 두 달 연속 감소했지만 3월 소폭(4억5000만달러) 반등했다. 그러나 4월(-49억9000만달러)과 5월(-7000만달러) 다시 하락세로 전환하며 시장 우려가 커졌다.
6월 증가세 전환은 시장 흐름상 의미 있는 반전으로 받아들여진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미국 달러화의 약세로 유로, 엔 등 기타 통화 기반 자산의 달러 환산액이 증가했고 외환자산 운용 수익도 함께 늘었다"고 설명했다.
외환보유액 구성 내역을 살펴보면, 주요 자산 간 이동이 눈에 띈다. 국채·회사채 등 유가증권은 3585억달러로 14억7000만달러 감소한 반면, 예치금은 265억4000만달러로 68억6000만달러 증가했다. 이는 운용 전략 조정에 따른 포트폴리오 다변화 시도로 해석된다.
기타 항목으로는 IMF 특별인출권(SDR)이 158억9000만달러(2억1000만달러), IMF 포지션은 44억7000만달러(+1000만달러)로 모두 소폭 증가했다. 반면 금 보유고는 47억9000만달러로 전월과 동일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세계 10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5월 말 기준으로, 중국이 3조2853억달러로 1위였고, 일본(1조2981억달러), 스위스(9808억달러), 인도(6913억달러), 러시아(6804억달러), 대만(5929억달러), 사우디아라비아(4587억달러), 독일(4564억달러), 홍콩(4310억달러)이 뒤를 이었다. 한국은 이들에 10위를 지켰다.
전문가들은 "외환보유액 규모 자체보다도 대외지급능력, 외채 만기 구조, 통화스와프 등 종합적인 대응력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은이 밝힌 6월 보유액 증가 요인은 환율과 운용수익, 즉 시장 환경 변화에 기댄 일시적 요소라는 점에서 향후 환율이 반등하거나 글로벌 수익률이 약화되면 외환보유액 흐름도 다시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외국인 투자 자금이 국내 주식 및 채권 시장에 유입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어 단기적으로는 보유 외화 확대 흐름이 유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며 달러가 약세를 보이고 있어 환산 기준 측면에서도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최근 외환시장 변동성에 민감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정부 관계자는 "환율 안정, 수급 균형, 대외신인도 제고가 외환정책의 핵심"이라며 "단기 흐름보다도 중장기 안전판 확보를 위한 외환보유액 질적 강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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