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자매 숨진 부산 아파트 화재…주민들 “불나기 전 정전”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자매 두 명이 숨진 부산의 한 아파트 화재와 관련해 관계 당국이 합동감식 중인 가운데 ‘불나기 2시간 30여분 전부터 정전이 반복됐다’는 상황 대해서도 조사가 이뤄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어린이 2명이 숨진 부산 기장군의 한 아파트 6층 화재 현장에서 3일 오전 경찰,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합동 감식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부산소방본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기장경찰서, 전기안전공사 등은 불이 난 부산 기장군 기장읍 한 아파트에 대한 합동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고 3일 밝혔다.

민복동 기장소방서 현장 3단장은 이날 현장에서 언론 브리핑을 열고 “내부가 전체적으로 다 그을려 있는 상태라 현재 발화점을 특정하기 어렵다”며 “합동 감식이 다 끝나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많이 그을린 부분이 거실 발코니 쪽, 에어컨과 외부인데 아직 발화점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고 말했다.

부산소방본부 측은 화재 발생 두 시간여 전 아파트가 정전된 것이 사건과 관련돼 있는지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다.

이 아파트 주민들은 연합뉴스에 “정전 때문에 에어컨을 못 켜서 너무 힘들었고 지인 집에 피신해 있다가 불이 난 소식을 들었다”, “정전됐다가 전기가 들어오는 타이밍이었는데 불이 났다”고 밝힌 바 있다.

부산소방본부 관계자는 “자동 화재탐지기가 울린 시점이 신고 시점이라고 보고 있는데 경보기에 따라 작동 방식이 조금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화재 발생 시점은 추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어린이 2명이 숨진 부산 기장군의 한 아파트 6층 화재 현장에서 3일 오전 경찰,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합동 감식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화재는 전날 오후 10시 58분께 아파트 6층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며 발생했다. 최초 119신고는 당시 화재 경고음을 들은 아파트 경비원이 검은 연기를 목격하고 접수했다.

신고자는 “처음에 불꽃이 보인다”고 했다가 “이후 불꽃이 잦아지고 연기만 보인다”, “펑 소리가 들리며 다시 불꽃이 보인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6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일광소방서 선착대는 14분 만에 현관문을 강제 개방, 내부에 진입했고 오후 11시 18분 현관 앞 중문 근처에 쓰러져 있던 유치원생 A양을 발견했다. 2분 뒤에는 발코니 근처에서 초등생 B양을 발견했다.

이들 자매는 인근 대학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해당 아파트는 2003년 건축허가 신고를 받고 2007년 3월 준공된 곳으로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은 아니었다. 실제로 아파트에 스프링클러는 설치되지 않았으며 경보기인 ‘자동화재탐지기’와 옥내 소화전만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부산에서는 9일 전에도 부모가 일하러 집을 비운 사이 어린 자매가 화재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