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성지 기자] 전당대회 출마를 포기하고 당의 변화를 선택하며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에 임명된 안철수 의원은 "코마(의식불명) 상태인 당을 살리고자 메스를 들겠다"며 고강도 혁신을 예고했다.
오는 8월 열릴 예정인 전당대회에서 당권주자로 뛸 것으로 예상됐던 안 의원이 고심 끝에 혁신위원장직을 수락한 것으로 알려져 그만큼 강도 높은 개혁안으로 성과를 내려고 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안 의원은 그동안 당 주류와는 거리가 먼 행보를 보였다. 지난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졌고, 지난해 7월 채해병 특검 표결에서도 국민의힘 의원 중 유일하게 찬성표를 던지기도 했다.
'탄핵 찬성파'임에도 불구하고 대선 경선 탈락 후 김문수 선대위에 합류해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선거 유세 등을 적극 지원한 점 등이 의원들로부터 후한 점수를 받아 당 내 안 의원에 대한 긍정적인 기류가 형성된 상태다.
따라서 안 의원이 내놓을 혁신안이 힘을 받을 수 있는 분위기는 마련됐다는 평을 얻고 있다.
다만 앞서 김용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제시했던 5대 개혁안이 당 내 주류의 벽을 넘지 못하고 사라진 만큼 안 의원의 고강도 개혁안을 내놓을 경우 당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지 여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중도-보수-청년 대변할 인물 위주로 혁신위 구성
국민의힘은 3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혁신위원장 임명안 등을 의결할 예정이다. 회의 이후 혁신위원 명단이 공개될 가능성도 있으며 늦어도 다음 비대위 회의가 예정된 오는 7일 전까지는 인사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안 의원은 혁신위를 7~9명 사이로 꾸리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중도·수도권·청년을 대변할 수 있는 이른바 '중·수·청' 인물 위주로 원내 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 외부 인사를 골고루 발탁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당내 계파 안배는 고려하지 않겠다는 안 의원의 뜻에 따라 송언석 원내대표 겸 비대위원장도 혁신위 인사를 안 의원에게 맡기겠다고 밝혀 혁신위 인사 구성은 안 의원의 뜻에 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 혁신위'가 공식 출범하게 되면 매주 수요일마다 회의를 열고 논의된 당 혁신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안 의원은 혁신위 운영 기간 60일을 보장해달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활동기간인 60일에 맞춰 개혁안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전대 출마 안 해…대선패배백서 TF 꾸릴 것"
안 의원은 2일 오후 국회에서 송언석 신임 비대위원장과 혁신위 구성에 대한 비공개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 활동 기간을 최소 60일은 보장해줘야 한다"며 "전대가 8월 중순에 마치면 신임 당대표와 겹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전대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불출마로 이해하면 되나'라는 질문에 "예,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단언하며 전당대회 불출마 의사를 확고히 했다.
비공개 면담에서 안 의원은 송 비대위원장에게 혁신위원 인선을 추천했고 송 비대위원장은 큰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위원회는 최대 9인으로 구성되며 원내·원외·외부 인사를 각각 3분의 1 비율로 둔다는 계획이다.
안 의원은 "중·수·청이 우리를 다시 돌아보고 관심을 가지도록 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그 부분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계파 출신은 고려하지 않고 혁신적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을 최우선 고려하겠다, 계파는 제 관심 사항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혁신위는 별도의 대선 패배 백서 태스크포스(TF)도 구성한다.
안 의원은 "대선 패배 백서를 만들고 난 다음 혁신을 하게 되면 남은 기간이 얼마 없기 때문에 따로 TF를 구성해서 진행하고 저희는 혁신위대로 혁신안을 만들겠다고 했다, 송 원내대표로부터 고민해 보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안 의원은 혁신위원장직을 수락한 배경으로는 "어떤 위치에 있든 당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라며 "원내대표 선거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송 원내대표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제가 '우리 당에 가장 필요한 게 혁신위'라고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송 원내대표가 혁신위를 전면에 내세우고 당선된 뒤 '혁신위원장을 맡아주는 게 어떻냐'고 하는데 제가 제안했던 만큼 거절할 수 없었다"며 "무엇보다 당에 필요한 일이기에 조직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조직이 잘 되는 쪽으로 움직이고, 어떤 위치에 있든 당에 도움 되는 일을 하겠다는 입장에서 수락했다"고 말했다.
당은 기대 반, 걱정 반 "金 거부한 당이 安혁신 받겠나"
당 내 기류는 혁신위 구성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다. '중·수·청'에 해당하는 안 의원에 대한 기대감은 있지만 이미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의 개혁안을 거부한 '친윤'들이 당 안에 있는 상황에서 혁신위가 발족됐다고 해서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 믿음이 없다는 것이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3일 SBS라디오 <김태현의정치쇼> 에 출연해 안 의원의 혁신위에 대해 "기대 반, 우려 반"이라며 "안철수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이 당대표였지 않나, 당대표로서 다섯 가지의 혁신안을 제시했는데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태현의정치쇼>
김 의원은 "정확히는 당대표가 내놓은 혁신안을 거부한 것인데 비대위 산하 조직의 장이 내놓은 혁신안은 받아들일까"라며 "물론 굉장히 말랑말랑한 내용이면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지금 우리 당의 상황이나 안 의원의 말씀대로 고름을 도려내는 심정으로 메스를 들겠다고 한다면 김 전 비대위원장의 얘기보다 더 센 메시지가 나와야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소한의 혁신안이 당대표의 자리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는데, 당대표 아래의 기구에서 낸 메시지가 받아들일 가능성이 구조적으로 좀 어렵다는 것이 저의 우려"라고 전했다.
이어 "그럼에도 기대하는 바는 안 의원이 계엄에 반대하고 탄핵에 찬성하신 분이다, 그리고 중도와 수도권, 청년의 마음을 아는 중수청의 상징성이 있는 분이기 때문에 기대 반과 우려 반이 동시에 있다"고 덧붙였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도 이미 나와 있던 혁신안을 거부하고 다시 논의하는 상황을 문제로 짚었다.
박 의원은 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뉴스쇼> 에 출연해 혁신위 발족을 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이 내놨던 5대 혁신안에 이미 정답이 나와 있는데 문제를 다시 내라는 것"이라며 "혁신은 국민 눈높이에서 하는 것이지, 친윤 눈높이에서 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은 친윤 눈높이세 맞는 혁신 문제를 내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현정의뉴스쇼>
이어 안 의원에 대해 "안 의원이 대선 과정에서 선대위에 남아 노력하는 모습들이 비춰지면서 당 주류들한테 '안철수 좀 달라 보이네'라는 반응을 얻고 당내 주류의 정서를 업고 혁신위를 추진하면서 본인 입지를 넓혀보려는 것"이라며 "당 대표에 나와도 본인은 어려우니까 친윤과 안 의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부분이 있지 않나 진단한다"고 꼬집었다.
친윤에게는 개혁과 혁신의 이미지를 가진 누군가가 필요했고, 안 의원에게는 당에 안착하는 문제가 중요했기 때문에 서로 '윈-윈'을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박 의원은 '인요한 혁신위'를 예로 들며 "혁신위 구성하는 것부터 어려울 것으로 본다, 과거 김기현 당시 당대표가 (구성)전권을 주겠다고 얘기했는데도 실패했다"며 "전권을 주겠다는 인요한도 못 했는데 송 비대위원장은 전권 주겠다는 말에 답을 안 했다, 그런 상황에서 안철수 혁신위가 뭘 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원내 구성이 쉽지 않을 것이다, 계파에 관계없이 구성하겠다고 하는데 혁신위가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을 가져야지만 사람들이 참여하게 된다, 많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금 상황에서는 물러나고 반성하는 과정들이 있어야하는데 혁신을 백날 얘기해 봐야 소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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