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정치권과 관계부처에 따르면 국정기획위원회는 정부조직개편 초안 중 기후에너지부 신설안을 두고 막판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기후위기 대응에 무게를 두고 환경부를 중심으로 산업부 에너지 정책 기능을 끌어안는다는 개념으로 공약을 만들었으나 논의 과정에서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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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산업부 장·차관 인사가 이를 보여준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산업 정책을 총괄하는 1차관에 ‘에너지통’으로 불리는 문신학 전 원전산업정책관을 임명한 데 이어, 원전기업 두산에너빌리티의 김정관 마케팅 총괄 사장을 장관 후보자로 임명했다. 여기에 더해 기후에너지부 설립과 함께 늦어질 것으로 예상했던 2차관(에너지 총괄)에 이호현 에너지정책실장을 발탁했다. 산업부 장관과 1~2차관을 모두 ‘에너지통’으로 불리는 인사를 임명한 건 산업부가 현 체제를 갖춘 2017년 이후 처음이다.
이들은 대통령 공약사항인 기후에너지부 출범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산업과 에너지 정책의 연계 중요성을 한결같이 강조하고 있다. 김정관 장관 후보자는 지난달 30일 첫 출근길에 “산업과 에너지는 심장과 머리처럼 따로 떼어낼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라고 강조했다. 문신학 1차관 역시 기후에너지부 신설과 관련해 “논의가 어떤 식으로 결론 나든 산업-에너지는 긴밀히 연결될 것”이라며 “절대 우왕좌왕하고 불안해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후에너지부를 넘어 ‘환경에너지부’로 재편한다는 얘기까지 나오던 조직개편 논의의 기류가 일련의 장·차관 인사로 뒤바뀌게 된 것이다. 환경부도 다급한 모양새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한 환경부 관계자는 최근 에너지 기업 및 협회와의 접점을 늘려가며 에너지 정책 ‘열공(열심히 공부)’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최근 기후에너지부가 아닌 ‘에너지경제부’ 신설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국정기획위원회는 아직 기후에너지부 신설과 관련한 정부조직개편안을 확정하지 않은 채 고심을 이어가고 있다. 위원회 산하 정부조직개편 전담반(TF) 차원에서 가안을 만들어 이한주 국정기획위 위원장에게 보고하는 단계지만, 아직 대통령실과의 협의를 위한 초안 확정에는 이르지 않았다. 기후에너지부 설립 추진이 자칫 새 정부 최대 경제공약인 인공지능(AI) 활성화와 이를 잇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고속도로 확충 공약에 차질을 빚게 되리란 우려와도 이어진다.
기후에너지부 출범 후 에너지 관련 규제와 진흥을 한 부처에서 맡아야 한다는 점도 고심을 키우는 요소다. 지금까진 산업부가 에너지 안정 공급에 초점을 맞춰 전기와 가스, 석유 등 에너지 공급 사업을 추진하면, 환경부 등이 각 사업의 환경영향을 평가해 허가를 내주는 구조였는데, 앞으론 기후에너지부가 이 사업을 추진하며 규제도 하는 구조가 된다.
정연제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환경부가 주도적으로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면 규제만 강화되는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이 될 수 있다”며 “기후에너지부 신설 공약의 취지는 살리면서도 어떤 방식으로의 재편이 우리 경제에 더 좋을지 현명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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