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왕좌의 게임’은 AI 시대에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엔 단연 엔비디아(Nvidia)가 있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엔비디아가 6월 한 달간 주가 상승세를 타고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에 올랐다.
지난 6월말 기준 엔비디아는 시가총액 3조 8,600억달러로 같은 기간 3조 6,900억 달러의 마이크로소프트를 밀어내고 다시 세계 최고기업으로 등극했다.
이는 단순한 주가 상승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제 시장은 단순한 소프트웨어 기업이 아닌, 인공지능 연산의 핵심 인프라를 장악한 기업에 절대적인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20세기 후반엔 석유가, 21세기 초반엔 데이터가 ‘새로운 원유’라 불렸다면, 지금은 AI 연산을 위한 반도체가 새로운 권력의 상징이다. 엔비디아는 단순한 그래픽 카드 제조업체에서, 오늘날 AI 혁신의 심장을 뛰게 만드는 AI 칩 독점자로 진화했다.
엔비디아의 GPU는 오픈AI, 구글, 메타, 바이두 같은 세계적 AI 기업들이 모델을 학습시키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다. 그 결과 투자자들은 “AI 혁명을 가장 확실하게 수익화할 수 있는 기업”으로 엔비디아를 지목했고, 자금은 자연스럽게 그곳으로 몰렸다.
6월 한 달간 메타(+14%), 브로드컴(+13.9%), 아마존(+7%) 등 AI 연관 기업들이 줄줄이 시가총액을 끌어올렸다. 심지어 1조 달러 클럽에 드는 것이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대단한 사건이었건만, 지금은 2조, 3조, 나아가 4조 달러 클럽이라는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물론 ‘왕좌’는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 애플은 여전히 2024년 12월 세운 3조 9,200억 달러의 시총 기록을 유지하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도 AI SaaS(생산성 소프트웨어)와 클라우드 시장을 무기로 반격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엔비디아의 지배력은 단기적인 테마주 열풍이 아니라, AI 인프라 전쟁의 본질에서 비롯된 구조적 강점이라는 점에서 단단하다.
같은 기간 테슬라는 8.3% 하락하며 1조 달러 초반으로 주저앉았다. 자율주행 AI의 핵심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CEO 일론 머스크의 정치적 행보는 투자자들의 불안을 자극했다.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와의 충돌, 제3당 창당 가능성 언급 등은 ‘AI 기업’이 아닌 ‘정치 리스크 기업’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이제 월가는 ‘다음은 누가 5조 달러를 찍을 것인가’에 주목하고 있다. 웨드부시 증권의 다니엘 아이브스는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가 여름 안에 4조 달러 클럽에 진입할 것이며, 18개월 안에 5조 달러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숫자 이상의 질문이 우리를 기다린다. AI는 인류의 도약인가, 기술 독점의 새로운 그림자인가?
AI 칩을 장악한 소수 기업에 자본과 권력이 집중되는 현상은 금융과 산업 지형을 다시 쓰고 있다. 투자자들은 성장의 이면에 있는 지속 가능성, 규제 리스크, 윤리 문제까지 함께 바라볼 필요가 있다.
기술의 무게 중심이 ‘소프트웨어’에서 ‘연산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는 지금, AI 산업의 미래는 단순한 혁신이 아니라 권력의 재편이다. 그리고 첫 번째 챕터를, 지금 목격하고 있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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