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박재형 기자] 이란·이스라엘 간 전쟁의 여파가 국내 식품업계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지난 25일 양국 간 휴전협정이 체결됐지만 널뛰는 국제유가 변동성이 K푸드에 부정적 자극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우려다.
2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일 기준 국제 원유 가격이 배럴당 68.16달러를 기록했다. 12일 간의 단기전이었지만 그동안 고정비 인상으로 고통을 호소한 국내 식품업계에 긴장감이 감돈다.
일각에서는 원재료 수입에서 발생하는 고정비가 또다시 상승할 조짐을 보이자 식품 가격 안정화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타낸다. 앞서 일부 식품군의 경우 원재료 가격은 내려갔으나 환율과 인건비, 원유 가격 등 고정비 인상을 이유로 기업들은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물가에는 즉각적 영향을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대부분이지만, 유가 상승이 제조원가에 반영되기 까지는 3~6개월 정도 기간이 필요해 4분기 이후 B2B 거래 혹은 출고가 책정에 반영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7개월 후 OECD 가입국의 식품 가격 변동률은 16.2%까지 치솟은 바 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의 높아진 체력을 바탕으로 대체재를 적절히 사용한다면 위기를 넘길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기업들이 두바이유와 같은 중동 석유를 많이 구매하는 것은 사실이나 전쟁이 단기전으로 마무리된 점과 텍사스유(WTI), 브렌트유 등의 다양한 선택지가 있음을 고려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이란과 이스라엘에 진출해 있는 기업이 많지 않을뿐더러 K푸드 내 할랄식품 지분이 크지 않아 직접적인 타격이 적었던 것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끊이지 않는 글로벌 리스크가 식품가격을 요동치게 할 뿐만 아니라 K푸드 성장세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감지된다. 중동 지역에서 주로 소비되는 할랄 식품은 전 세계 식품시장의 25%에 달하는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 역시 K푸드의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서 중요한 시장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최근 중동 지역 진출 기업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원화 약세 압력과 미국 시장 내 관세에 대한 불확실성을 안고 있는 K푸드에게 변덕스러운 중동 정세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식품업계는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전쟁이 장기전으로 확전되지 않아 한숨 돌린 것으로 보이지만, 급격한 가격 변동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유가 동향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기업들이 증가했다.
K푸드에 대한 국제 정세의 압박이 지속되자 정부 역시 다방면의 대응책을 모색하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최근 정부는 21종의 원료에 대한 할당관세를 연장한 데 이어 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중동 지역을 방문해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해 현지 진출 유통사와 면담을 진행했다.
업계 관계자는 “K푸드의 경쟁력이 단기전에 흔들릴 정도로 허약하진 않으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부정적인 효과 발생 가능성은 높아진 시점”이라면서도 “유가 변동은 출고가 책정에 있어 중요한 요소 중 하나지만, 다른 에너지 비용과 원재료 가격의 인하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인상을 점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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