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후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물가를 챙겼다. 특히 지난달 9일엔 “라면 한 개에 2000원 한다는데 진짜인가”라며 “물가문제가 우리 국민에게 너무 큰 고통을 주기 때문에 현황과 가능한 대책을 챙겨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정부에선 잇달아 물가 부담 완화책을 내놨다. 정부 물량 공급 확대, 신규 품목의 할당관세 도입, 할인행사 지원 등이 골자다.
2일엔 여름배추 수급안 정을 위해 추석 전까지 정부 가용물량 3만 6000톤(t)을 시장에 풀고 사과와 배의 정부 가용물량은 각 1만 2000t, 4000t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가을감자 1000t 계약재배를 추진하고 여름 휴가철 한우는 최대 반값 할인행사를 진행한다.
앞서 지난달 16일엔 올해 하반기 고등어에 1만t 규모의 신규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에 약 460억원 투입 계획을 내놨다.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안엔 김값을 낮추기 위해 마른김 건조기 시설을 교체하고 물김 양식장 면적을 늘리는 지원 예산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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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기존의 물가관리용 카드와 대동소이한 내용들]이다. 다만 이재명정부는 전임 윤석열정부와 차별화된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는 지난달 13일 식품·외식 업계 및 전문가와 ‘밥상 물가안정 경청 간담회’를 하면서 “과거처럼 기업의 판매가를 가격규제 형식으로 내리누를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고 했다. 윤석열정부에선 수차례 식품업계 간담회를 열고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했는데, 이재명정부는 사실상 기업들에 가격 동결을 압박했던 전례를 따르지 않겠단 의미로 해석된다.
또 하나 관심을 끄는 건 임기근 기획재정부 2차관의 ‘할당관세 최소화’ 발언이다. 임 차관은 전날 국회 예산결산특위에서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축산물 등에 대한 할당관세정책 재검토를 요구하자 “근본적으로 할당관세의 기대 효과를 다시 짚어보고 최소한으로 운영하겠다”고 답했다.
윤석열정부는 특정 수입품의 관세율을 깎아줘 가격을 낮추는 효과를 내는 할당관세 제도의 적용 품목을 최근 3년간 92개에서 125개로 대폭 늘리며 물가안정책으로 써왔다. 하지만 농가 반발이 컸고 효과를 두고 논란도 지속했다. 정부 한 관계자는 “할당관세는 불가피한 선택지일 뿐, 최우선 카드가 아니다”며 “농축산물의 경우 전임 정부 때보다 적용 품목과 물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봤다.
이재명정부는 유통구조 개선을 통해 가격 인상 요인을 줄이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식품 수급 안정과 불합리한 유통구조 개선을 목표로 지난달 말 ‘농식품 수급·유통구조 개혁TF’를 꾸리고 운영 중이다. 김민석 후보자도 유통 거래 과정의 투명성 제고 필요성을 언급하는 등 취임 시 물가안정대책 마련에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사활을 건다 해도 ‘물가안정’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른 장마로 농·축산물의 수해 우려는 덜었지만 이른 폭염에 가뭄 피해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올해도 이상기후 여파가 지속될 전망이다. 2차 추경으로 13조원 넘는 소비쿠폰이 풀리면 유동성 증가로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단 지적도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상기후에 고환율이 겹쳐 수입 식재료 가격이 오르고 대규모 소비쿠폰 발행,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상승 등 물가가 오를 요인만 산적해 있다”며 “악조건에서 이재명정부가 물가 관리를 어떻게 해나갈지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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