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 의약품 ‘불법 직구’ 확산···‘깜깜이 약값’, 제도 밖 수요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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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험 의약품 ‘불법 직구’ 확산···‘깜깜이 약값’, 제도 밖 수요 확대

이뉴스투데이 2025-07-02 15:27:1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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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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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고위험 의약품 불법 직구가 확산되는 가운데 소비자가 정식 경로 대신 비공식 유통망을 택하는 구조적 배경으로 ‘약가 부담’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SNS 광고나 후기 콘텐츠를 통한 불법 유통 단속이 강화되고 있지만, 비용 부담을 피하려는 소비 수요가 줄지 않고 있어 약가 정보를 알 수 없는 구조가 불법 직구 이탈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세청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마약류 성분이 포함된 불법 의약품 반입 사범은 총 252명, 적발된 물량은 3만7688g에 달했다. 2020년과 비교하면 사범 수는 13배, 적발 중량은 43배 늘어난 수치다. 올해 1~2월에도 전년 동기 대비 5배 넘는 마약류 물량이 적발돼 불법 의약품 반입이 계속 증가 추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 직구 수요는 약가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표적 비급여 약물인 탈모 치료제를 비롯해 수면보조제, 진통제, 항히스타민제, 경구 피임약 등 반복 처방이 필요한 의약품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피나스테리드, 두타스테리드 등 탈모 치료제는 대표적인 비급여 약물로 국내에서는 약국마다 수만원의 가격 차이가 발생한다.

반면 동일 성분의 해외 제품은 1만~2만원대에 판매, 이런 가격 차가 소비자 선택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도 약가를 사전에 확인할 수 있는 공식 시스템이 없어 소비자들이 약국을 직접 돌거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의존해 가격 정보를 유추해야 한다는 점이다.

국내법상 모든 의약품 해외직구가 불법은 아니다. 일반의약품(OTC)은 자가사용 목적에 한해 수입이 가능하며 건강기능식품이나 비타민제 등은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통관이 허용된다. 하지만 전문의약품, 향정신성분, 호르몬 제제 등은 처방전 없이 구매하거나 국내로 반입할 때 모두 불법에 해당한다. 문제는 소비자 상당수가 의약품 직구가 합법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SNS 링크나 후기 콘텐츠만으로 구매를 시도한다는 점이다.

비급여 약물은 건강보험 급여 등재를 포기했거나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제품으로 가격이 국가가 아닌 약국 자율에 따라 결정된다. 동일한 제품이라도 병원과 약국에 따라 수배의 가격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이처럼 가격 책정이 불투명하고, 공식 비교 수단이 없는 구조는 제도권 바깥으로 수요를 밀어내는 배경이 되고 있다.

해외 동일 성분 약물이 더 저렴하게 유통되는 이유는 유통 구조와 약가 책정 방식의 차이 때문이다. 미국은 제네릭 시장 경쟁이 활발하고, 소비자가 GoodRx 등 가격 비교 서비스를 통해 약국 간 실거래가를 확인하고 구매할 수 있다. 인도는 복제약 생산 강국으로서 저가 유통이 일반적이며 독일 등 일부 유럽 국가는 처방전 기반의 온라인 약국 운영이 제도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건강보험 급여를 받는 약물에만 가격 통제가 이뤄지고, 비급여 약물은 가격 규제나 정보 공개 수단이 사실상 없는 실정이다. 동일 성분의 복제약이라도 병원·약국·지역에 따라 가격 차가 수배 이상 벌어질 수 있고 소비자는 약값 정보를 미리 알 수 없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미국과 함께 약국 간 약가 비교가 어려운 몇 안 되는 나라로 약가 투명성 측면에서 폐쇄적인 구조로 되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공 데이터가 제공되지 않아 소비자는 실시간으로 가격을 확인하거나 온라인에서 비교할 방법이 없다. 일부는 병원을 바꿔가며 약국에 직접 전화하거나 온라인 커뮤니티 후기 글에 의존해 가격을 유추하기도 한다.

이런 구조는 제도권 내 약값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비급여는 비싸고 급여는 통제된다’는 소비자 인식을 확산시킨다. OECD 보건 통계에 따르면 한국 외래 처방약 지출은 1인당 약 327달러로 회원국 평균(약 218달러)보다 약 1.5배 높은 상황이다. 의약품 총지출 대비 본인 부담 비율 역시 36%로 OECD 평균(20%)을 크게 웃돈다.

문제는 이 같은 약가 체계가 수요 억제보다는 비정규 경로 이용을 유도하는 구조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건강보험 적용 여부에 따라 약값이 들쭉날쭉한 상황에서 SNS 링크와 후기 콘텐츠는 합법 시스템의 대체재처럼 기능하고 있다. 정부는 약가 정보 공개 확대 등 제도 개선을 추진했지만, 약국 자율가 체계와 유통 구조의 복잡성, 의료계·유통업계의 반발 등으로 본격 도입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비급여 의료비 부담 완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으며 국정과제에는 필수 의약품 조달 확대와 약가 구조 투명화, R&D 보상체계 개선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건강보험 재정과 의료계·제약업계의 반발 속에 정책 추진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결국 소비자는 병원 접근성과 보험 여부를 감수하고 정식 경로에서 약을 구하거나, SNS 링크를 통해 해외직구 제품을 구매하는 선택지에 놓인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최근 몇 년 사이 고위험 약물의 온라인 구매가 늘어나는 배경에도 제도권 내 가격 정보 부족과 비급여 약가의 높은 변동성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정식 유통 경로 접근이 보장되지 않으면 약물 안전보다 비용을 우선하게 되는 구조가 고착될 수 있다”며 “유통과 가격 형성의 정보 비대칭이 해소되지 않을 때 합법 경로가 오히려 불리하게 인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약가 제도는 의료 접근성과 산업 인센티브, 보험 재정 사이의 균형 문제”라며 “정보 공개와 가격 예측 가능성 확보 없이 단속만으로 직구 수요를 줄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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