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호 회장은 명예회장에...사실상 '김준기 회귀' 시각 확산
[포인트경제] 최근 DB그룹이 신임 회장직에 이수광 전 DB손해보험 사장을 선임하면서 김준기 창업회장과 그의 아들인 김남호 회장의 불화설이 재점화되고 있다.
김준기 창업회장과 그의 아들 김남호 명예회장 / 출처-뉴시스 ⓒ포인트경제CG
DB그룹은 지난달 27일 신임 회장으로 이수광 전 DB손보 사장을 선임했다. 선임 배경은 "국제 무역전쟁 격화, 급격한 산업구조 변동과 인공지능(AI) 혁명, 경영 패러다임 변화 대응"을 위한 전문경영인 체제 본격화다. 2020년 7월부터 그룹 회장직을 수행했던 김남호 회장은 불과 50세에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DB그룹은 이수광 신임 회장을 "여러 사업 분야에서 전문경영인으로서 쌓은 경험과 경영능력, 경제 전반에 걸친 안목을 두루 갖춘 인물"로 설명했다. 김남호 명예회장은 대주주 일가의 일원으로 그룹 비전과 발전의 큰 틀을 제시하고 전문경영인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남기, DB그룹 내외 성장 일구며 리더십 발휘
재계에서는 DB그룹의 2세 경영이 5년 만에 막을 내린 이유로 김준기·김남호 부자 간의 불편한 사이가 작용한 것은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김준기 창업회장이 사법리스크로 물러난 이후에도 김남호 회장에 대한 견제를 늦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김남호 회장은 DB그룹의 내적 도약과 외적 성장을 일궈낸 인재로 평가된다. 취임 이후 공정자산 규모를 50% 이상 늘려 재계 순위를 48위에서 35위로 13단계나 끌어올렸고, 실적 개선도 두드러졌다. 지난해 기준 DB손해보험을 중심으로 그룹 전체 매출액은 22조9307억원, 순이익 1조8461억원으로 전년보다 순이익이 7.95% 늘었다. 과거 DB그룹이 동시다발적인 사업 육성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었던만큼 금융과 IT 양대 부문으로 재편하며 재도약도 준비했다. 그럼에도 부친인 김준기 창업회장의 과한 영향력 탓에 지배력 확보는 미진했다.
김준기, '성폭행·성추행' 사법리스크 이후 지분 확보
앞서 김준기 창업회장은 2016년 자신의 별장 가사도우미 성폭행·성추행 혐의, 2017년 비서 성추행 혐의를 받고 의혹이 불거지자 그해 9월 회장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이후 DB그룹은 이근영 동부화재 고문을 회장으로 선임하며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가, 3년 만에 김남호 회장이 자리를 이으며 2세 경영이 막을 열었다.
그러나 2021년 김준기 창업회장이 DB·DB하이텍 상근 경영고문으로 복귀하고, 딸인 김주원 DB하이텍 미주법인장이 DB그룹 부회장직에 오르면서 분위기가 묘해졌다. 김준기 창업회장은 DB김준기문화재단이 보유한 DB 지분 전량 864만4280만주를 사들여, 올해 1월 기준 김남호 회장 지분인 16.83%에 근접한 15.91%까지 격차를 좁혔다. 김주원 부회장은 9.87%를 보유 중으로, 만일 부친의 지분을 받게 되면 후계 구도가 역전될 수 있어 김남호 회장에겐 불안 요소다.
사실상 김준기 회장 '회귀'...쇄신 필요성 대두
일각에서는 DB그룹 내 임원들이 대부분 고령인 점을 들어 세대 교차가 원활하지 않고 김준기 창업회장의 측근으로 채워진 점을 짚기도 한다. 이수광 신임 회장도 1944년생으로 김준기 창업회장과 동갑이며 그룹 내 최고령 임원에 속한다. 이에 경영 환경 변화 대응이라고 포장된 이번 인사가 김준기 창업회장 중심 체제 '회귀'라는 시각이 확산되면서 그룹 쇄신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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