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백연식 기자] 국정기획위원회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온라인 플랫폼법 추진에 사실상 제동을 걸면서 새 정부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플랫폼 자율규제에 힘이 실릴지 주목된다. 국정기획위가 ‘온플법’ 제정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 정부와 통상 협상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신중론을 펼치고 있어 과기정통부 안에 시선이 가고 있는 상황이다.
과기정통부는 플랫폼 자율규제법(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안) 및 플랫폼(부가통신사업자)의 전반적인 규제 내용 등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전면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안은 통상 문제와 전혀 관련이 없어 오히려 힘이 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국정기획위는 최근 공정위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으며 온플법 추진 계획에 대해 현재 진행 중인 미 정부와 통상 협상 문제로 유보적 입장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현재 우리나라 등 무역 국가들을 대상으로 관세 부과 압박을 진행하고 있다. 이미 미 무역대표부(USTR)는 여러 차례 온플법을 ‘비관세 장벽’이라며 입법화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국정기획위 측은 온플법 법안 통과는 국회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국회 다수당인 여당에서도 신중론이 힘을 받고 있다는 것에 있다. 여당은 미국과의 통상 마찰을 우려해 온플법 처리는 일단 미루고, 다른 법안 처리부터 진행할 방침인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의 온플법이 제동이 걸리자 이미 국회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플랫폼 자율규제법에 힘이 실릴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자율규제는 어느 정도 플랫폼 업체들을 규제의 틀 안으로 들어오게 하면서도 미국과의 통상 마찰을 완전히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같이 마련한 일명 플랫폼 자율규제법,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은 지난 2023년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다. 정부 설명에 따르면 플랫폼 자율규제법은 민간의 자율규제 활동과 정부의 관련 지원, 시책 마련 등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자 추진됐다.
구체적으로는 민간에서 건전한 거래 질서 확립, 혁신 촉진, 이용자 보호 및 상생협력 등의 목적을 위해 자율규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효율적인 자율규제 수행을 위해 자율기구 설치·운영의 근거를 마련하게 했다. 동시에 자율규제 활동에 있어 이용자 등 이해관계자가 의견을 개진할 기회를 제공하도록 했다. 또한 정부가 민간의 자율규제 활동을 지원하고, 자율 협약의 제·개정, 이용자 불만 사항 처리, 이용자의 서비스 접근성 제고 등 자율규제 활동을 촉진하는 시책을 마련하도록 명시했다.
이와 별개로 과기정통부는 부가통신사업자로 불리는 플랫폼 업계의 규제 내용을 포함한 전기통신사업법 전면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이르면 초안이 연말에 공개돼 의원 입법 발의 형식을 통해 국회로 이송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은 기간통신사업자(통신사)와 부가통신사업자(콘텐츠·플랫폼 사업자)으로 구분하는데, 전면 개정안은 디지털 전송 사업자(이동통신사)와 정보 사업자(콘텐츠 사업자)로 구별한다. 전기통신사업법에서 부가통신사업자는 이용자 쪽으로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콘텐츠·플랫폼 사업자 역시 사업자 측면으로 관점을 바꿔 이동통신사와 수평적 규제를 하는 방향으로 정부가 가닥을 잡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전기통신사업법이라는 법 명칭을 ‘디지털 경제 사회 구현을 위한 통신 서비스 및 기반에 관한 법률’로 변경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약칭으로 디지털서비스법 또는 디지털통신법 등 어떤 것을 택할 지는 결정하지 않았다.
현행 법명을 유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플랫폼 산업은 자율규제를 우선적으로 추진한다. 입법규제로는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사업자의 자발적인 자율규제 참여를 유도하는 방안과 자율규제 촉진을 위한 정부의 지원시책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플랫폼 자율규제법의 경우 정부 입법 방식으로 국회에 이송돼 법안소위에 계류돼 있다”며 “플랫폼 자율규제법과 전기통신사업법 전면 개정은 별개 안이다. 플랫폼뿐만 아니라 오래된 전기통신사업법 전면적인 법 개정 사항을 검토하고 있다.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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