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재한 항공·방산 전문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여전히 교착상태인 가운데 네덜란드가 루마니아에 F-16 전투기 18대를 커피 한 잔 값도 안 되는 단돈 1유로에 이전하기로 했다.
2일 루마니아 현지 매체인 ‘루마니아 인사이더’에 따르면 이번 거래는 지난달 24~25일 이틀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가 끝난 다음 날인 26일 공식 확정됐다.
이날 이오누츠 모슈테아누 루마니아 국방장관은 기자회견을 가진 자리에서 “18대의 항공기가 연말까지 루마니아 정부의 소유가 될 것”이라며 “이전에 관한 세부사항을 확정하기 위한 기술적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소유권이 루마니아로 이전되는 전투기들은 이미 루마니아 피테슈티에 위치한 ‘유럽 F-16 훈련센터(European F-16 Training Center, EFTC)’에 배치된 상태다. 이전이 완료되면 루마니아의 F-16 전력이 70대 이상으로 늘어나 동유럽의 항공전력 허브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이번 F-16 이전은 러-우 전쟁에 따른 러시아의 위협 확대를 막기 위한 나토 회원국들의 집단적 방위 의지와 동유럽 방공력 강화 전략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앞서 네덜란드 정부도 전투기 지원을 추진하면서 “나토의 동부 전선을 강화하고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이번 이전은 루마니아를 비롯한 동부 회원국의 공군 전력을 보강해 러시아의 추가적인 군사적 도발을 억제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의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하려는 나토의 의도로 해석된다.
실제로 루마니아에 이전된 전투기들은 루마니아 공군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EFTC에 계속 배치된 상태에서, F-16 도입과 조종사 훈련이 급박한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불가리아, 슬로바키아 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안보 불안을 느끼고 있는 국가들의 조종사 교육훈련에 사용될 예정이다.
이러한 나토 회원국들의 F-16 지원의 중심에는 네덜란드가 있다. 네덜란드는 지난 2023년부터 우크라이나에 F-16을 지원하는 사업을 주도하며 지난 5월까지 총 24대의 F-16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했다. 아울러 벨기에(30대), 덴마크(19대), 노르웨이(최소 12대) 등도 F-16 지원에 동참하고 있다.
이들 전투기 가운데 네덜란드가 제공한 F-16 6대가 지난해 7월 말경, 가장 먼저 우크라이나에 도착해 실전에 배치됐다. 본격적인 F-16 도입에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올해 우리 하늘에는 새로운 전투기들이 있을 것”이라며 “F-16이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방공력 강화에 중요한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조종사를 대상으로 한 F-16 교육은 도입을 앞두고 먼저 진행됐다. 지난 2023년 6월 덴마크를 시작으로 8월부터는 네덜란드, 10월부터는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돼 조종사들은 약 10개월간의 집중 훈련을 마치고 실전 운용에 돌입했다.
F-16이 실전에 본격 투입된 후에는 거의 매일 전장으로 출격했다. 지난 3월 우크라이나 공군은 익명의 F-16 조종사와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인터뷰에 나선 조종사는 “우리는 대공 임무를 수행하는 한편, 매일 여러 차례에 걸쳐 지상공격 임무를 수행한다”면서 “F-16 전투기가 발사한 미사일의 80% 이상이 목표물을 명중시켜 러시아의 샤헤드 무인기와 공중과 해상, 지상에서 발사된 순항미사일을 모두 제거했다”고 말했다.
크리스토퍼 G. 카볼리 유럽연합군 최고사령관도 지난 4월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들은 매일 비행하며 많은 순항미사일 위협을 격퇴했다”면서 “특히 동부지역에서 폭격 임무를 포함해 상당히 많은 공세 작전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계속 이어진 임무에 손실도 따랐다. 지난해 8월 26일, 러시아의 대규모 미사일 공습 중 F-16 1대가 추락해 조종사가 사망한 데 이어, 지난 4월 13일에는 러시아의 방공시스템 공격에 1대가 격추했다. 그리고 지난달 29일, 러시아의 대규모 야간 공습에 대응하던 우크라이나군 F-16이 격추되면서 3번째 손실로 기록됐다.
한편, 러-우 전쟁이 최근 드론과 미사일을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전투기의 역할이 축소되고 있다. 러시아는 Su-35, Su-34, MiG-31 등 전투기들은 전장 후방이나 점령지 인근에서 제한적으로 운용하며, 장거리 미사일과 드론을 이용한 공격에 더욱 중점을 두고 있다.
우크라이나 역시 러시아의 강력한 방공망과 전자전 능력, 미사일 위협으로 실제 임무 투입은 제한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도 “우크라이나가 F-16을 실전 배치했지만, 러시아의 S-400 방공시스템과 장거리 미사일 위협 때문에 저고도·단거리 임무에 주로 투입되고 있다”고 전했다.
Copyright ⓒ 이뉴스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