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상한제, 과연 ‘득’일까…중앙대 물류학과 논문 재조명

[그래픽=황민우 기자]

정치권에서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가 논의되는 가운데 배달앱 수수료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가 배달 라이더의 수입을 감소시키고 레스토랑의 주문도 줄이게 만들 거라는 연구결과가 재조명받고 있다.

중앙대 국제물류학과 연구팀은 지난해 12월 한국SCM학회지를 통해 ‘온라인 음식 배달 플랫폼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배달앱 수수료를 직접적으로 규제한 미국 일부 주의 경우 배달앱 플랫폼은 최종 소비자에게 배달비를 전가하고, 소비자는 식당에서 음식 주문을 줄이며, 이는 자연스럽게 라이더 배달 수입 감소로 어어졌다. 이런 이유로 미국에서 수수료 상한제는 폐지 또는 완화 방향으로 흘러 가지만, 한국에선 수수료 상한제 도입을 추진하는 정반대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해당 논문은 수수료 제한 정책의 도입 취지가 영세 자영업자 보호였던 것과 달리 막상 수수료 규제가 도입되자 플랫폼, 자영업자, 라이더, 소비자 모두가 손해를 보게 된 점을 우려했다. 현행 배달 서비스는 소비자의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꾸준히 진화해 온 형태인데 이런 복잡성에 대한 고려가 없다면, 플랫폼은 자연스레 소비자와 자영업자 모두가 손해를 보게 되는 기존 모델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논문은 온라인음식배달(OFD) 모델을 1.0과 2.0, 3.0으로 구분했다. 1.0은 플랫폼을 통해 주문은 받지만, 가게가 직접 배달원을 찾아 고객에게 음식을 배달하는 방식이다. 배달 비용이 높아 식당 입장에서 부담이 크기 때문에 배달비는 주로 소비자에게 전가됐다. 2.0은 플랫폼이 개입하는 방식. 배달 라이더가 플랫폼을 통해 식당의 주문을 받고, 플랫폼은 식당과 소비자가 각각 배달기사에게 배달비를 나눠 내도록 돕는 방식이다. 3.0은 2.0 배달과 달리 배달기사에게 직접 경로를 제공하는 등 규모의 경제로 효율을 높인다. 동시에 소비자의 배달비를 플랫폼이 부담하면서 무료배달을 가능하게 한다.

문제는 수수료 상한제의 경우 OFD 3.0을 통해 수수료에 포함된 배달비까지 규제 대상이 된다는 점이다. 이 경우 플랫폼은 규제에 따르기 위해 배달비를 다시 소비자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무료배달을 통해 급속히 성정한 음식배달 시장 자체가 역성장할 가능이 높아진다. 논문은 실제로 2020년 미국 일부 도시가 수수료 제한을 설정했다가 음식배달 총 주문수와 매출이 함께 감소하는 일이 벌어졌고, 식당의 수익도 개선되지 않는 악순환이 벌어졌다고 지적한다. 라이더 또한 마찬가지로 전체 주문량이 줄어들면 수입을 올릴 기회가 줄어들고, 또 주문이 몰릴 때 기대할 수 있는 인센티브 등의 감소 역시 수입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 정치권에서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 논의가 다시 활발해지자 해당 논문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특히 전국 배달협력사 바른정책 실천을 위한 대표모임(전배모)은 최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수수료 논의에 배달 라이더가 빠져있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수수료 상한선과 관련된 복잡한 문제를 단순하게 해결하기보다는 사회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영진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