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심희수 기자】 정부가 6·27 부동산 대책에 따라 디딤돌·버팀목 대출 등 정책 대출의 한도를 축소하기로 하면서, 자산 형성 초기 단계에 있는 청년과 신혼부부의 주거 불안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일률적인 한도 제한보다는 소득과 상환 능력에 따른 맞춤형 대출 기준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2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6·27 부동산 대책을 통해 주택도시기금에서 운용하는 디딤돌 대출과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의 한도를 일괄 축소했다.
기존에는 생애 최초 주택 구입 시 디딤돌 대출 한도가 2억5000만원이었으나, 이번 대책으로 2억원으로 낮아졌다. 신혼부부의 경우 4억원에서 3억2000만원으로, 신생아 가정은 5억원에서 4억원으로 각각 줄었다.
전세 자금을 지원하는 버팀목 대출 역시 축소됐다. 생애 최초는 2억원에서 1억5000만원, 수도권 신혼부부는 3억원에서 2억5000만원, 신생아는 3억원에서 2억4000만원으로 제한됐다.
“취약계층이 더 취약해진다”…한도 축소의 역효과
주거 지원 대출은 사회초년생이나 청년 신혼부부 같은 자산 취약계층의 진입 문턱을 낮추는 정책적 수단이지만, 이번 조치는 오히려 이들의 주거 사다리를 걷어찰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경제활동 경력이 짧아 자본을 충분히 축적하지 못한 청년층은 정책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서울 금천구에서 신혼집을 알아보던 직장인 엄모(33) 씨는 “버팀목 대출 상담을 받으러 은행에 갔는데 상담원이 하루에도 몇 번씩 지침이 바뀐다며 혼란스러워했다”며 “이렇게 큰 변화라면 사전에 충분히 홍보하고 유예기간도 줘야 하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정부는 주택기금 여력을 확보해 공공주택 공급 확대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도 디딤돌 대출의 소득 요건 상향을 보류하며 대출 규제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출 한도를 일률적으로 낮추기보다, 소득 수준과 상환 능력 등 자격 요건을 정교화해 지원이 꼭 필요한 계층에 자금을 집중하는 방식이 보다 합리적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신혼부부통계’에 따르면 연소득 1억원 이상인 신혼부부는 전체의 20.7%에 불과했지만, 이들 가운데 33.1%가 3억원 이상 대출을 이용했다. 반면 연소득 3000만원 미만인 부부 가운데 동일 금액 이상 대출을 이용한 비율은 11% 수준에 그쳤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은형 연구위원은 “대출한도 자체를 줄이기보다는 상환 능력 등을 기준으로 한도 수준을 달리 설정하는 방식이 더 현실적”이라며 “청년의 내 집 마련 가능성을 줄이기보다는 금융 건전성과 주거 복지를 동시에 고려하는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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