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류정호 기자] 프로축구 K리그가 또 한 번 시민구단 확대의 갈림길에 섰다. 경상남도 김해시, 경기도 용인특례시, 경기도 파주시가 지난 1일 한국프로축구연맹에 K리그 가입 신청서를 제출하며 새로운 시민구단 창단에 나섰다. 연맹은 60일 이내 이사회를 열어 심의를 진행하고 최종 승인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K리그는 이미 K리그1(1부), K리그2(2부)를 통틀어 전체 26개 구단 중 절반 이상인 14개 구단이 시민구단이다. 여기에 김해, 용인, 파주 등 3개 구단이 추가하면 K리그는 전체 29개 구단 중 무려 17개가 시민구단이다. 시민구단의 증가가 과연 리그의 경쟁력과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유의미한 선택인지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된다.
현재 시민구단 운영의 핵심 쟁점은 ‘세금’이다. 나라살림연구소가 공개한 2025년 K리그 시민구단 지원 현황에 따르면 14개 시민구단에 투입되는 지자체 예산은 총 1216억 원에 달한다. 이는 전년도 본예산 대비 129억원, 최종 예산보다 2억5000만원이 증가했다. 가장 많은 지원을 받는 수원FC는 무려 162억원에 달하는 세금이 투입된다. 수원FC는 올 시즌 K리그1 12개 팀 중 11위(승점 16)에 그쳐 성적과 투자 규모가 비례한다고 보기 어렵다. 강원FC는 120억원, 광주FC는 110억원, 경남FC와 인천 유나이티드는 각각 100억원의 혈세가 투입되고 있다. 대구FC(98억원), 김포FC(90억원), 천안시티FC(80억원), 충남아산FC(70억원), FC안양(70억원)도 적지 않은 규모의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
더구나 광주FC는 지난달 13일 연맹으로부터 재정 건전화 규정 위반으로 제재금 1000만원을 부과받았다. 광주FC는 재정건전화 제도 시행 전인 회계연도 2022년도에 완전 자본 잠식 상태에 있었으며, 재정건전화 제도 시행 이후 회계연도 2023년에도 14억원 손실로 순익분기점 지표를 준수하지 못했다. 또한 구단이 제출한 재무개선안을 이행하지 못해 자본 잠식이 더욱 심화됐다. 회계연도 2024년에도 23억원 손실로 손익분기점 지표를 재차 미준수했고, 구단이 제출한 재무개선안 또한 지켜지지 않았다. 시민구단의 구조적 재정 불안이 단순한 우려를 넘어 실제 리그 차원의 징계로 현실화했다.
연맹은 “K리그가 최근 두 시즌 연속 유료 관중 3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성장세”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구단 수의 증가가 진정한 질적 성장을 동반하는지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크다. 일각에서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정치적 치적을 쌓기 위한 수단으로 시민구단을 창단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구단은 만들어지지만, 운영비는 결국 시민의 세금에서 나온다. 기업구단과 달리 자생력이 부족한 시민구단은 해마다 도비·시비·보조금 형태로 수십억 원의 혈세가 투입된다.
경기 불황과 지방정부 재정 악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지역민의 심리적 거부감도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지역 축구단을 유지하는 것이 시민 삶의 질과 직결되느냐’는 질문에는 쉽게 답하기 어렵다. 프로구단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존재하지만, 그만큼의 투자 대비 효용을 체감하는 시민은 드물다. 현재 K리그 시민구단의 상당수는 매년 수십억 원의 적자를 감수하며 운영되고 있다. 수익의 상당 부분은 입장권 판매, 스폰서십, 중계권료로 충당한다. 하지만 현실은 이들 항목이 지자체 지원금의 절반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시민구단 확대가 단순히 ‘구단 수 늘리기’에 그치는 것이라면 이는 리그의 질적 저하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다. 더 많은 구단이 생긴다고 해서 리그가 더 흥미롭거나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재정 파탄과 선수단 질 저하, 리그 수준의 불균형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위험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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