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최소라 기자] 정부가 ‘6.27 부동산 대책’을 통해 수도권 부동산 대출에 고강도 규제를 적용하면서 과열된 주택시장에 제동을 거는 동시에, 유동성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주택 가격 상승세를 조기에 진화하는 동시에, 금융시장으로 자금이 흘러가는 흐름을 유도하려는 정책 방향이 단기적으로 자산시장 내 온도 차를 키우고, 중장기적으로 자금의 재배치를 촉진할 수 있다.
◇강남 띄우기 수요 차단…주택금융에 정조준한 규제
이번 6.27 대책의 핵심은 실수요자를 보호하면서도 투자 목적으로 주택을 사들이는 수요를 정밀하게 차단하는 데 있다. 정부는 수도권 지역에서 다주택자는 물론, 기존 주택을 매도하지 않은 1주택자까지 추가 주택을 매입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담보인정비율(LTV) 0%를 적용하기로 했다. 사실상 대출 자체를 막는 조치다.
이와 함께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의 만기를 30년으로 제한하고, 대출 가능한 최대 금액도 6억 원으로 설정했다. 주담대를 받는 경우에는 6개월 이내에 해당 주택으로 전입해야 하며, 소유권 이전을 조건으로 하는 전세대출은 금지된다. 생애최초 구입자에 대한 LTV는 80%에서 70%로 낮아지고, 전세대출 보증비율도 90%에서 80%로 조정된다. 수도권 지역의 레버리지를 활용한 주택 매입에 제동을 건 셈이다.
이 같은 규제는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급등한 아파트 가격 흐름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송파구는 연초 이후 아파트 가격이 8.6% 상승했으며, 강남구와 서초구도 각각 7.8%, 7.1%씩 올랐다. 성동구와 마포구 등 주요 지역 간 매매가격 차이는 5억~6억 원대에 달하고 있다.
◇유동성의 방향 전환…증시로 흐를까?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국민들이 주된 투자 수단으로 부동산에 의존하다 보니 주거 불안정이 계속됐다”고 지적하면서, 최근 금융시장 안정세와 함께 주식이 대체 투자수단으로 조금씩 자리잡고 있다고 언급했다. 단순한 부동산 억제에 그치지 않고, 유동성이 생산적 자산으로 향하는 구조를 조성하려는 정부 인식이 드러난 대목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비실수요자에 대한 대출 규제가 강화된 만큼, 일부 자금이 증시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은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대책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주담대에 금액 제한 기준이 명확히 설정됐다는 점”이라며, “강남권 갈아타기 수요를 겨냥해 비실수요 대출을 원천적으로 제한하려는 목적이 뚜렷하다”고 평가했다.
◇상법 개정 가속…정책 동력 받는 증시
증시 측면에서는 상법 개정이라는 제도적 호재도 더해지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3000선을 돌파하며 기대감을 높이는 가운데, 그간 지지부진했던 상법 개정 논의가 최근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이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입법 가능성이 급부상하고 있다.
개정안의 핵심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모든 주주’로 확대하는 것이다. 소액주주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기존 구조에 대한 문제제기에서 출발한 개정안은,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장기투자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제도 기반 강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재 한국 주식시장의 PER은 12.6배 수준으로 여전히 저평가 상태”라며 “실적 개선 흐름과 제도 개편이 맞물릴 경우, 코스피 4000선까지 회복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도 “부동산은 자금이 고정되지만, 주식은 순환성이 높은 자산”이라며 “유동성의 생산적 이동이라는 점에서 이번 정책 방향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건설주 조정…자산시장 온도차 부각
부동산 관련 종목 중 대표격인 건설주는 대책 발표 이후 단기 조정세에 들어섰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던 KRX 건설지수는 대책 발표 직후 2.95% 하락했으며, 단기 낙폭이 가시화됐다. 수도권 공급 확대 기대에 따른 주가 상승 흐름이 규제로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다만 증권가는 중장기적으로는 건설업종의 방향성이 유지될 것으로 본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택 관련 종목들은 이미 중장기 개선 기대를 선반영한 상태에서 단기적으로 과열된 부분이 있다”며, “이번 조정은 단기 흐름일 뿐이고 중장기 투자 관점에서 비중 확대 전략을 유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억제하는 규제’와 ‘유인하는 정책’…자산 재배치의 분기점
이번 부동산 대책은 자산시장에 명확한 신호를 줬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과도한 부동산 투자 수요는 규제를 통해 억제하고, 주식과 같은 생산적 자산으로의 이동은 제도 개선을 통해 유도하려는 방향성이 읽힌다. 단순한 대출 조이기를 넘어서, 유동성의 흐름을 보다 생산적인 영역으로 전환하는 구조 개편 시도가 본격화된 셈이다.
부동산에 집중되던 자산이 점차 금융시장으로 분산될 경우, 자금의 활용도와 경제 전반의 순환성이 확대될 수 있다. 관건은 정책의 지속성과 시장의 신뢰다. 주식시장으로의 유동성 유입은 정부가 제시하는 방향과 실제 자산운용자들의 판단 사이에 균형이 이뤄질 때 현실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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