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 산업이 불황을 딛고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다양한 경쟁력을 키우는 모습이다.
과거 우리나라는 초고속 인터넷 환경을 바탕으로 온라인에 최적화된 개발에 강점을 보인 바 있다. 여타 국가에 비해 MMORPG 장르가 발전한 것도 그 경험치가 한 몫을 했다.
특히 최근 2~3년간 고사양 모바일게임 개발이 고도화되면서 콘텐츠의 품질과 서비스 만족도는 이른바 K-게임의 저력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콘솔 시장 활황과 같이 플랫폼 경계가 허물어지는 산업의 흐름을 볼 때 K-게임에 집약된 개발력과 노하우가 새롭게 열리는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본지는 K-게임의 미래 강점을 ▲ 새로운 콘텐츠(新, 새로울 신) ▲ 독보적 기술력(技, 기술 기) ▲ 인적 자원(源, 근원 원) 세 가지로 제시하고자 한다. 이 세 가지 강점에 담긴 핵심 키워드를 결합해 대한민국 게임 산업이 위기를 극복하고 K-게임의 위상을 어떻게 드러낼 수 있을지 정리해 봤다.
▲서울디지텍고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 중이다. (사진=경향게임스)
* [게임코리아, 신기원을 열다] 기획순서
① 게임
② 인공지능
③ 기술
④ 인재
예비 개발자들, 실전으로 꿈을 다듬다
게임 제작 업계에 뛰어드는 청년이 줄고 있다. ‘2024 게임산업 종사자 노동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3만 5천여 명이던 29세 이하 게임업계 종사자 수는 2년 뒤 2만 4천여 명을 기록하며 2년간 연평균 16.7% 감소했다. 업계의 신입 채용 감소와 더불어 청년세대가 업계를 외면하고 있다는 신호다.
하지만 미래 게임인이 되길 희망하는 청소년은 여전히 많다. 본지는 국내 게임 관련 고등학교 4곳(한국디지텍고·경기게임마이스터고·경북소프트웨어고·한국게임과학고)에 재학 중인 학생과 교직원을 만나 게임 교육이 이뤄지는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 경기게임마이스터(사진=경향게임스)
예비 개발자들, 3년 실전 경험으로 업계 입문
네 학교는 모두 졸업 후 게임 업계 취직을 목표로 운영된다. 진학을 택하는 학생도 있지만, 대부분은 3년의 교육 기간을 거쳐 게임 업계로 바로 진출한다. 이른 시기에 진로가 결정되는 데 부담은 없었을까. 학생들은 게임 고등학교에 진학한 이유를, 게임을 향한 사랑 때문이었다고 고백한다.
한국 디지텍고등학교의 소현(가명) 양은 “코로나 시기 집 밖을 나가지 못하다 보니 게임을 많이 했다. 친구들과 놀지 못해서 무기력했는데 게임을 하면서 행복한 경험을 느낄 수 있었다. 같은 경험을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었다”.
▲서울디지텍고 학생들과 게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사진=경향게임스)
3년 만에 업계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학교는 압축적인 교육 커리큘럼을 시행한다. 모두 기숙학교로, 하루 종일 교육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정규 수업 시간에는 주 교과와 게임 제작 관련 이론, 실습 프로그램을 가르치고, 방과 후부터는 자율학습이 시작된다. 학교는 동아리, 보충학습, 자체 팀 프로젝트 등을 통해 학생들이 직접 게임을 제작하도록 실습 시간을 부여하고 있다.
학생 1인이 졸업까지 수행하는 프로젝트는 보통 5개 이상이다. 이 중 일부는 지스타, BIC, 플레이엑스포 등의 게임행사에 출품된다. 학생들에게는 학교를 벗어나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게임 과학고 학생은 “게임 개발을 할 때 원래 완성도에서 제일 중요한 게 로직 구현이라고 생각했다. 지스타에서 UI가 직관적이지 않다는 피드백을 받고 게임 완성도에 대한 관점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학교 간 차별화 전략... 고졸 인식 타파 ‘숙원’
▲경북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등학교(사진=학교 공식 유튜브)
학교 간의 실무 경험 배양을 위한 차별화 전략도 있다. 디지텍고는 학교 기업을 운영해 잠재력 있는 프로젝트를 학생들이 직접 시장에 출품하는 경험을 쌓도록 지원한다. 우수 학생 대상에게는 해외 대학의 글로벌 현장 실습 경험이 주어진다. 경북소프트웨어고는 방학 기간 학생들이 2주간 중소기업에서 인턴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국내 게임업계도 학교와 협약을 맺고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미래 산업의 ‘인재 발굴’이 목적이다. 2023년 경기게임마이스터고, 지난 4월 한국디지텍고와 업무 협약을 맺은 게임인재단 관계자는 협약 추진 배경에 대해 “미래 게임 산업을 이끌어 갈 인재들을 발굴하고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서다”라며 “게임 산업이 가상현실, AI 등과 만나 비욘드 게임 영역으로 확장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학생들이 도전 정신으로 디지털 콘텐츠 전 부문에서 기회를 만들어 가길 응원한다”고 답했다.
▲인터뷰에 참여한 경기게임마이스터고 학생들(사진=경향게임스)
다만, 학교 현장에서는 미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학력 차별이 존재하는 게임 업계 풍토 때문이다. 디지텍고 교사는 “학생들이 기업에 입사했을 때 백 중 하나가 못해도 고등학교 출신이라는 차별적 시선이 따라온다”고 언급했다. 학령인구 감소에 더해, 고교 졸업 후 취업 대신 진학을 희망하는 학부모·학생이 많아지면서 전체 학생 수도 감소하고 있다.
지역 소재의 학교는 더 취약한 상태다. 외부 강사 섭외가 쉽지 않고 학생 유치도 어렵다. “지리적인 이유로 산업체나 현장의 생동감을 전할 수 있는 외부 강사를 모집하기가 힘든 점이 있다”는 게 경북소프트웨어고등학교 교사의 주장이다. 같은 학교의 학생 역시 “실제 회사에서 취업 꿀팁이나 게임 개발에 도움 줄 수 있는 멘토가 오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게임과학고(사진=학교 공식 홈페이지)
학생 다수는 대형 게임사보다 ‘자신만의 세계를 구현할 수 있는 창작자’로서의 삶에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 한 학생은 “언젠가 ‘저니’라든가, ‘언더테일’과 같은 인디게임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라이브 서비스 운영이나, 기획자를 꿈꾸는 학생도 있다. 경기게임마이스터고 학생은 “넥슨에 들어가 제가 좋아하는 ‘메이플스토리’를 라이브 서비스해보는 게 꿈”이라며 “업계에서 직접 실무가 돌아가는 프로세스를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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