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같은 도박사이트, AI로 싸우는 카이스트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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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같은 도박사이트, AI로 싸우는 카이스트 연구원

이데일리 2025-07-02 06: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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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하드웨어가 부족한데도 하루 최대 300여 개씩 도박사이트를 분류하고 있어요. 안타깝게도 불법 도박사이트가 얼마나 많은지 보여주는 지표죠.”

카이스트 사이버보안연구소에서 불법 사이트 탐지 기술을 개발한 조호묵 책임연구원은 1일 불법도박사이트 추적 역량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에서 출범한 ‘도박 극복 프로젝트’의 특별위원으로 활동한 그는 도박사이트가 각종 온라인 범죄를 연결하는 중심이 되고 있다며 피해를 줄일 제도 변화를 강조했다.

조호묵 카이스트 사이버보안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사진=이영민 기자)


조 책임연구원이 몸담은 연구소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연구소 단위로 불법 도박 사이트를 찾는 인공지능 기술(Gamble Tracker, GT)을 연구하고 있다. 2010년대에 악성코드 추적과 차단을 연구한 그는 2019년부터 대검찰청과 경찰청, 국민체육진흥공단으로부터 불법 도박사이트의 문제를 접하고 공익에 부합하는 기술을 개발하고자 동료 연구진과 도박사이트 탐지 기술을 개발했다.

불법 도박사이트를 포함한 유해사이트는 수사망을 따돌리기 위해 URL과 IP를 계속 바꾸는 과정에서 대개 회원을 새로운 불법 사이트로 유도하는 ‘관문사이트’를 둔다. 이때 관문사이트는 사람들이 기억하거나 접근하기 쉽도록 특정 표현을 인터넷 주소에 포함하거나 단순한 이미지로 구성되는 경향이 있다.

조 책임연구원과 동료들은 이 특징을 이용해 불법사이트에서 주로 발견되는 키워드를 찾아 학습하고 이를 기반으로 불법 도박 사이트를 분류하는 AI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98%에 달하는 정확도를 바탕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사행산업통합관리위원회 △강원랜드 △한국마사회 △동행복권 등 관련 기관에 각각 하루 100건씩 탐지 결과를 제공하고 있다.

조 책임연구원은 “최근 불법 도박사이트는 고도화·정교화·조직화되고 있다”며 “그럼에도 유사한 설정을 가진 것을 보면 동일한 조직이 여러 불법사이트를 빠르게 찍어서 운영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단일 사이트에서 유통되는 자금을 볼 때 도박사이트의 금액이 가장 많다”며 “결국 도박사이트가 ‘캐시카우’이기 때문에 요즘에는 마약이나 성인물 제작 등 다른 불법조직이 온라인 도박에 손을 대고, 불법 도박사이트도 다른 유형의 범죄로 손을 뻗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빠르게 몸집을 부풀리는 불법 도박에 발맞춰 조 연구원은 최근 모바일 기반의 도박사이트 탐지 애플리케이션도 제작하고 있다. 대전경찰청, 민간기업과 협력해 개발 중인 ‘스마트도박제로앱’은 청소년이 스마트폰으로 불법 도박사이트에 접속하면 청소년뿐 아니라 보호자에게 불법 도박 사이트임을 알리는 경고 알림을 전달한다. 대전청은 이 앱의 개발 경과에 따라 향후 사이버 도박 자진신고 청소년을 대상으로 앱을 배포하고 사이버 도박을 예방하기 위한 협력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 같은 성과에도 조 책임연구원은 불법 도박 사이트 차단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발견 즉시 불법사이트를 임시 차단할 제도가 없는 한 탐지 작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 책임연구원은 “불법 도박 사이트를 차단하려면 현행법상 문제 사이트에 가입해서 로그인한 화면과 돈을 환전하는 화면을 사진으로 찍어서 증거로 남겨야 한다”며 “이 작업은 사람이 해야 하는데 심의가 최대 6개월씩 걸려서 그 사이에 사이트를 갈아타고 현실 속 피해가 커지는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지난해 도박 특위도 심의 기간을 단축하고 임시 차단의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정부에 제안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홈페이지 차단은 대면 심의로 이뤄지는 것이 원칙이지만, 디지털 성범죄는 빠른 피해 구제를 위해 전자·서면 심의를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특위는 이 전자심의 대상에 불법도박을 포함해 수사기관 등에 불법 도박 광고를 조기에 막을 법적 권한을 보장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책임 연구원은 “도박의 중독성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며 “온라인 도박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만큼 불법 온라인 도박의 예방책을 균형 있게 있게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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