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산길을 걷다 보면 시원한 바람과 함께 풀 향기가 진하게 느껴진다. 이맘때 산자락을 덮고 자라는 쇠고비는 한 번 맛보면 그 향과 식감을 잊기 어렵다고 한다. 이른 새벽 산행을 떠나는 이들이 쇠고비를 찾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한여름 뜨거운 햇볕 속에서 푸른빛을 뽐내며 자라는 쇠고비는 뿌리부터 줄기, 잎까지 버릴 곳이 없다. 수확 시기와 조리법, 보관법을 알면 쇠고비를 더욱 알차게 즐길 수 있다.
고소하고 담백한 맛의 '쇠고비'
쇠고비는 고비과에 속하는 다년생 양치식물이다. 주로 6월에서 8월 사이 높은 산지나 깊은 계곡, 그늘진 곳에서 잘 자란다. 키는 30cm에서 60cm 정도로 자라며 줄기에는 미세한 솜털이 덮여 있다. 채취할 때는 연한 순만 꺾어야 쓴맛이 덜하고 조리 후에도 부드럽다. 산나물 중에서도 쇠고비는 특유의 쌉싸름한 맛과 은은한 향이 특징이다. 씹을수록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올라와 된장국이나 나물무침에 잘 어울린다.
쇠고비는 채취 후 바로 조리하거나 데쳐 말려 두면 좋다. 생으로 두면 금방 검게 변하고 질겨진다. 향과 맛을 유지하려면 물에 데친 뒤 흐르는 물에 여러 번 헹궈 떫은 기운을 빼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을 거치면 쌉싸름함이 부드럽게 변해 나물로 무칠 때 간이 잘 밴다. 뿌리는 깨끗이 씻어 장아찌나 술을 담그는 재료로도 쓴다. 줄기 부분은 국거리나 볶음 재료로 좋다.
뿌리부터 잎까지 버릴 것 없는 활용법
쇠고비는 식재료로 활용도가 높다. 줄기 부분은 데친 후 들기름과 소금을 넣어 무치거나 볶음에 넣으면 밥반찬으로 좋다. 이때 마늘이나 청양고추를 조금 다져 넣으면 풍미가 한층 살아난다. 쇠고비는 고기와도 잘 어울려 불고기, 제육볶음 등에 함께 넣으면 특유의 향이 육류의 기름기를 잡아준다. 국이나 찌개에 넣으면 국물이 개운하고 깔끔해진다. 된장국에 쇠고비와 두부, 애호박을 넣어 끓이면 한여름 밥상에서 입맛을 돋우는 국이 된다.
쇠고비 뿌리는 술을 담그면 특유의 향이 배어들어 향긋한 약술로 변한다. 전통주를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쇠고비 뿌리 술이 기력 회복에 좋다고 전해진다. 뿌리를 깨끗이 손질해 소금물에 살짝 담갔다가 술에 담가두면 되는데, 3개월 이상 숙성하면 풍미가 깊어진다. 잎은 잘 말려 두었다가 차로 우려내면 좋다. 쇠고비 차는 떫은맛이 약하고 향이 은은해 식후 마시기에 알맞다. 말린 쇠고비는 오래 두고 먹을 수 있어 산나물 장터나 직거래 시장에서도 인기가 높다.
채취 시기와 보관법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쇠고비는 채취 시기가 중요하다. 이른 아침 이슬이 마르기 전 연한 순을 꺾어야 향과 맛이 가장 좋다. 늦게 채취하면 줄기가 질겨지고 쓴맛이 강해진다. 채취한 쇠고비는 곧바로 손질해 데치고 말리거나 냉동 보관한다. 데칠 때는 소금을 약간 넣은 끓는 물에 2~3분 정도 삶아낸 후 흐르는 물에 충분히 헹궈야 떫은맛이 빠진다. 보관은 밀폐용기에 담아 냉동실에 두거나 말린 상태로 봉투에 담아 두면 된다.
쇠고비를 오래 두고 먹으려면 데친 뒤 깨끗한 물에 담가 냉장 보관을 하고 3일 이내 먹는 것이 좋다. 말린 쇠고비는 물에 불려서 조리하는데, 불릴 때는 미지근한 물에 30분 정도 담가두면 된다. 이 과정을 거치면 나물이 부드러워지고 조리할 때 양념이 잘 밴다. 여름철에는 습기에 주의해야 하며 보관 중 곰팡이가 생기지 않도록 환기와 건조 상태를 잘 유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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